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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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이제 쇼핑 넘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

광고·패션계 대표 사진작가 조선희씨 ‘제안’
“백화점이 더 이상 쇼핑공간에 머물지 말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조선희(45·사진)씨의 주장이다. 광고·패션계에서 손꼽히는 사진작가인 만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쇼핑공간을 보는 시각과 감각이 남다른 그를 만났다.

먼저 조 작가는 “백화점에 들어서면 상품 구성과 공간, 서비스가 모두 똑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내가 롯데에 와 있는지, 현대에 와 있는지 모를 정도로 천편일률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개성의 상실은 ‘백화점=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라는 ‘프레임’이 강고한 탓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내 대표 포토그래퍼 조선희 작가는 백화점이 쇼핑공간에 머물지 말고 고객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 작가가 대안으로 ‘문화공간’을 제시했다. 그가 지향하는 문화공간은 소비자가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을 뜻한다. 백화점이 물건을 매대에 놓고 파는 데 그치지 말고 소비자들이 ‘문화적 콘텐츠를 향유한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게 조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박신혜 등 한류 스타를 전속모델로 내세운 롯데백화점을 예로 들었다. 조 작가는 “여성 매장은 박신혜 화보로, 남성 매장은 김수현, 이민호 화보로 각각 바닥과 천장, 벽면 등을 꾸미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객은 박신혜와 김수현, 이민호가 입은 옷, 소품 등에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장 직원의 호객행위보다 고객 스스로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직접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는 게 조 작가의 생각이다. 

그는 또 “결혼 적령기인 30대에 인기 있는 정우성과 이정재, 송혜교 등은 침구와 가구 매장 모델로 어울릴 것”이라며 “매장에 덩그러니 가구나 침대를 전시해 놓는 것보다 모델 사진을 활용하면 구매 욕구를 더 자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중국인 쇼핑객에 울고 웃는 백화점 형편을 생각하면 한류 모델을 이용한 인테리어는 유용한 충고가 될 만하다.

대형마트들의 사진 인테리어는 어떨까. 조 작가는 “신선식품 매장에 가면 과일과 채소 사진으로 도배를 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친환경식품인데 국적 불문의 과일, 채소 사진보다 오염되지 않은 환경사진이 더 신선감을 준다”고 충고했다.

그는 “백화점과 자동차 전시장, 화장품 등을 파는 오프라인 매장들은 사진 한 장이 분위기를 확 바꿔 판매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며 “특히 랜드마크 매장이라면 기업 얼굴이니만큼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영화 포스터 한 장이 수많은 미래 관객의 눈길을 끄는 것과 같은 효과다. 실제 조 작가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변호인’과 ‘관상’, ‘써니’, ‘7번방의 선물’, ‘건축학개론’ 등의 포스터를 찍기도 했다. 그의 사진 한 장이 1000만을 유혹한 셈이다. 

조 작가는 대학(연세대 의생활학과) 시절 철도 인부를 찍던 셔터 소리에 반해 포토그래퍼를 평생 직업으로 정했다고 한다. 사진이 좋아 졸업 후에도 전공을 살리지 않고 프로세계에 바로 뛰어들었고, 독특한 감수성으로 톱클래스 사진작가가 됐다.

보그와 W, 엘르, 코스모폴리탄, 그라치아, 얼루어, 마리끌레르 등의 화보와 지오다노, SKII(글로벌),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나이키(NIKE), 아디다스 골프, KFC, 아모레퍼시픽 등의 광고사진을 맡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과 대만, 홍콩 등지에서 에스프리(ESPRIT), 썬마(SEMIR), GXG, 네스카페(NESCAFE) 등의 광고를 맡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왜관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 ‘조선희 힐링포토’, ‘네멋대로 찍어라’, ‘조선희의 영감’ 등의 저서가 있으며, 최근 요리사 최현석과의 공동저서로 ‘카메라와 앞치마’를 출간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 조선희 작가는…

●출생:경상북도 왜관(1971년생)

●학력: 연세대학교

●소속:조아조아 스튜디오 대표

●주요 저서:‘왜관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 ‘네멋대로 찍어라’ ‘카메라와 앞치마’ 외 다수

●현재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정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