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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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기후변화와 위기의 생태적 약자

극지고산식물 생태계경쟁서 도태
온난화 피해종 보전 위한 노력 시급
2015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 지구 평균기온은 20세기 평균기온인 섭씨 14.0도보다 0.97도 높아 1880년 이래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최근의 고온현상은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한 것이 원인의 하나이다. 특히 적도 인근 해역에서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해류 흐름에 변화가 생겨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기상현상으로 평년보다 기온이 0.5도 이상 상승한 엘니뇨의 영향이 크다. 올해 적도 주변 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아진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한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2015년 1월부터 12월 하순까지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3.8도로 1981년부터 2010년도까지의 평균기온 12.9도보다 1도 정도 높아 1973년의 13.9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특히 11월부터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남쪽으로부터 온난 습윤한 공기가 자주 유입돼 아침 최저기온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평균기온이 상승했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
지구가 생성된 이래 기후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끊임없이 변화했다. 지난 7만년 전부터 2만년 전까지인 플라이스토세 최후빙기의 기온은 오늘날보다 5도 이상 낮았고, 북극권에 대륙빙하가 축적되면서 땅이 계속 얼어 있는 영구동토층도 남쪽으로 확장됐다.

최후빙기 동안 빙하와 영구동토대가 넓어지면서 생물은 북극권의 혹독한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했다. 빙기에 북극권에서 유입된 극지고산식물은 한반도 저지나 해안가 등을 1차 피난처로 삼았다. 당시 한반도는 유라시아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교량으로 북방계 식물의 기착지이자 피난처로 동아시아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1만년 전부터 홀로세에 들어 기후가 온난해지면서 대부분의 북방계 식물은 서늘한 북쪽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일부 극지고산식물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고 서늘한 백두대간의 고산대와 아고산대, 제주도 한라산 정상부, 여름에도 냉기가 나오는 풍혈 등 2차 피난처에 정착해 빙기의 유존종이 됐다.

산업혁명 이후 인구증가,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화되면서 온실가스 발생원이 증가하고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삼림면적이 감소하면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심해졌다. 지구온난화에 양극지역과 고산대와 아고산대의 생태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북극곰의 생존이 위협받고, 로키산맥의 정상부에 서식하는 제왕나비와 새앙토끼의 분포역이 축소되고 개체수도 감소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랭한 북극권과 우리나라 고산대와 아고산대에 격리돼 분포하는 극지고산식물은 생리적으로 고온과 건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동시에 남쪽과 산 아래쪽에서 밀려드는 온대성 식물과의 경쟁에 밀려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의 산정에는 북방계 식물로 높이가 50㎝를 넘지 않는 눈잣나무, 눈향나무, 찝방나무, 눈주목 등 나자식물과 돌매화나무, 시로미, 들쭉나무, 월귤, 홍월귤, 노랑만병초 등 피자식물이 잔존한다. 빙기 유존종인 극지고산식물은 빙기에 한반도가 동아시아에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는 살아 있는 증거이자 한반도의 자연사를 이해하는 열쇠이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지시하는 지표종이다.

한반도의 산정부에 분포하는 빙기 유존종인 극지고산식물이 기후변화, 환경오염, 케이블카 설치 등의 산림생태계 훼손에 따라 서식지에서 사라질 위기에 있다. 빙기 유존종으로 한반도의 자연사를 설명하는 증거인 동시에 지구온난화의 최대 피해자로 생태적 약자인 이들 꼬마나무들을 보전하기 위한 국가적 관심이 절실하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