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프로는 몸을 보면 안다. 몸은 거짓말 하지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 결과물은 경기장에서 나타나지만 몸으로도 표현된다.
여자골프 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안니카 소렌스탐(Annika Sorenstam· 1970년 10월 9일)도 그렇다.
기록과 함께 남다른 몸 관리로 15년 이상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소렌스탐은 20대를 부드러운 여성으로 보낸 뒤 GI제인(미해군 특수부대에 최초로 입교한 여자군인)으로 변신 더 화려한 30대를 보냈다.
▲ 메이저 10승, 통산 72승, 통산상금 랭킹 1위의 소렌스탐
프로를 평가할 때 최우선 순위라는 상금에서 소렌스탐은 통산 2257만달러를 획득, 은퇴한 지 7년이 지났지만 1위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메이저 10승, 미LPGA 통산 72승, 상금왕 8회, 올해의 선수 8회, 그랜드슬램 달성, 명예의 전당 멤버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이다.
소렌스탐으로 인해 박세리와 캐리 웹이 늘 2인자 자리에 머물렀다.
▲ 소렌스탐도 프로 초기에는 부드러운 여성
소렌스탐은 1994년 미LPGA투어에 입문,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90년대까지는 부드러운 어깨선을 지닌 여성골퍼였다.
그런 소렌스탐은 30살이 된 2000년부터 다른 사람으로 탄생, 2002년 떡 벌어진 체구의 소유자로 변신했다.
그 덕에 내리막길이라는 30대에 최전성기를 구가, 2001년 1라운드 59타라는 꿈의 스코어까지 작성했다.
소렌스탐은 부드러움만으로 미LPGA투어에서 1인자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매주 옮겨다녀야 하고 후배들이 거리를 앞세워 끊임없이 위협해 오기 때문에 '몸 만들기'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에 30살이 된 2000년 중반 독일 출신 헬스 트레이너인 카이 푸저를 코치로 초빙, 람보 되기로 마음먹고 1주일에 5회 이상 근력운동을 했다.
▲ 12kg 복대차고 턱걸이, 136kg 스쿼트, 옆구리 근육 단련
골프에서 거리를 내려면 유연성과 함께 근력이 필요하다.
장타를 위해 등근육과 손아귀 힘, 스윙이 무너지지 않도록 버티는 다리힘이 중요하다.
특히 등근육은 볼에 힘을 실어 보내는데 절대적이다.
등근육을 키우기 위해선 바벨로우(바벨을 당겼다 놓는 반복운동) 등 여러방법이 있지만 그 중 턱걸이가 최고다.
근육 크기는 물론이고 근력, 지구력 모두 단련할 수 있다. 효과가 좋은 반면 오래동안 반복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든다.
소렌스탐은 턱걸이 즉 풀 업(Pull Ups) 운동을 빠지지 않고 했다.
처음에는 맨손으로 하다가 나중에 허리에 25파운드(11.35㎏)짜리 복대를 차고 8번씩 3회 반복했다. 남자도 하기 힘든 운동량.
다리힘 키우기에 최고하는 스쿼츠(일어났다 앉았다)의 경우 300파운드(136.2㎏)의 역기를 들고 8번 앉았다 일어나기를 3차례 실시한다.
또 옆구리 단련을 위해 앉은 자세에서 손으로 기구를 잡은 뒤 일어나면서 반대 쪽으로 잡아 당기는 우드 찹(Wood Chop)을 한쪽에 10회씩 번갈아 한다.
우드 찹은 회전력을 높이면서 부상까지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 가볍게 돌렸다가 툭치는 스윙이지만 270야드 보내
소렌스탐 스윙은 엄청난 꼬임, 찬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움을 지니지 않았다.
그저 상체를 가볍게 돌렸다가 툭치고는 기계와 같은 피니시 자세를 취할 뿐이다.
하지만 2003년 소렌스탐은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1위(269.7야드)와 그린 적중률(75.5%) 수위를 차지했다.
장비가 그때보다 더욱 발달한 지금 기준으로 하면 거의 280야드 가까이 날려 보낸 셈이다.
▲ 건장한 어깨, 우람한 팔뚝, 튼실한 허벅지
30대의 소렌스탐은 떡 벌어진 어깨, 우람한 팔뚝, 튼실한 허벅지를 자랑했다. 이는 20대의 그녀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만큼 시간을 쪼개 죽기 살기로 몸만들기에 매달린 결과, 최고를 넘어서 사상 최고의 선수가 됐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