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 5년차인 올해 발표한 신년사는 시대에 뒤쳐진 ‘19세기 설계도’라는 지적이다.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EAI) 이사장은 최근 ‘김정은 신년사와 핵실험:‘휘황한 설계도’의 예고편’이라는 제목의 ‘EAI 하영선칼럼’에서 “(신년사는) 7·4공동성명 이후의 반외세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원칙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며 “북한의 대남 전략은 여전히 외교전, 군사전, 정치전의 3면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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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뿔테안경을 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일 신년사를 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이 뿔테안경을 쓰고 등장한 것이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왼쪽은 1980년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연설을 하는 김 주석. |
하 이사장은 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한데 대해 “북한이 얘기하는 ‘누구와도’는 ‘아무나’가 아니라 북한식 자주와 평화를 따르는 상대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6년 남북관계를 군사적 긴장의 비관론이나 화해협력의 낙관론 중 어느 한쪽만 강조하는 단순 일면전이 아니라 3중 복합전으로 전망하고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말하는 ‘누구와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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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4일 능라입체율동(4D)영화관에 들어섰다고 보도한 혁명사적교양실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사용한 3D 안경이 전시돼 있다. 혁명사적교양실이 김 제1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의 전시물로만 채워진 것으로 보여 그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하 이사장은 “북한이 2016년 신년사를 통해 밝히고 있는 ‘휘황한 설계도’는 21세기적이기보다는 19세기적”이라며 “19세기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세동점하는 유럽 국가들과의 근대적 만남에서 생존하기 위해 뒤늦게 안으로는 자강력을 키우고 밖으로는 독립군세를 추진하는 전략에 따라 근대국가를 건설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일본은 성공하고 한국은 실패했으며 중국은 혼란을 겪었다”며 “북한이 현재와 같은 ‘휘황한 설계도’대신 21세기 적합 지형도에 맞는 새로운 설계도를 그리고 21세기 신흥국가를 건설하려면 북한 스스로의 주체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 이사장은 “한국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관련 당사국의 도움을 얻어 핵개발과 같은 북한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제재와 억제를 강화하고 동시에 비핵 안보경제 병진론과 같이 북한의 잘된 선택을 도울 수 있는 신대북정책의 공진적 노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