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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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활성화? 공급량 축소? 부동산 정책 딜레마

아파트 대거 미분양 비상사태
집값 폭락땐 4월 총선 큰 부담
정부 “공급과잉 수준 아니다”
빠르면 내달 대책 내놓을 듯
지난해 연말 이후 확산하는 주택시장 이상 신호에 정부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저금리를 지렛대로 삼아 내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자가 늘면서 신규 아파트 등의 공급이 폭증했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아 수도권 요지에서 청약미달 단지와 미분양이 늘어나 공급과잉 논란이 불거졌다. 기존 주택은 또 집값 상승을 견인해야 할 서울과 수도권부터 뚜렷한 둔화세로 돌아선 상태다. 주택 공급 물량을 줄이는 규제책을 써야 할지, 주택시장 침체를 막을 활성화 대책을 내놓아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여차하면 새로운 부동산대책을 꺼내들 태세이지만 명확한 정책 방향은 아직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부터 전국적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물량이 폭증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미달 단지와 미분양도 늘어나는 등 주택시장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에 매매와 전세 시세판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1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264건(일평균 266.6건)으로 1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도 8일 현재 1564건(일평균 195.5건)에 그쳐 12월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값 변동의 선행지표 격인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값도 5주 연속 하락세다. 이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도 있지만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 공급과잉 논란,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구매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불확실성 속에 아파트 시장이 멈췄다”고 설명했다.

거래 감소는 집값 하락을 부를 개연성이 크다. 이는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과 정부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공급과잉 문제보다 시장활성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급과잉 우려도 정책 당국이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지난해 주택이 52만가구 이상 분양되며 200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물량이 쏟아졌다. 이달 전국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만 해도 1만5497가구로, 최근 5년간 1월 평균 분양물량(6697가구)에 비해 131% 많다. 건설사 스스로 공급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는 공식적으로 아직 공급과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의 미분양 물량이 지난 9년 평균보다 적고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더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새 경제사령탑으로 임명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미분양에 대해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혼란한 상황”이라며 “시나리오별로 필요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최소 1월 한 달 간 주택 가격 및 거래량, 미분양 통계, 분양 물량 등을 모니터링한 뒤 이르면 다음달 중 부동산대책을 내놓는 방안도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효과를 고려해 3월 이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봄 이사철인 2∼3월 거래·가격 동향이 심상찮게 돌아갈 경우 시장 침체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하긴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