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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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한 오승환, 세인트루이스 입단 눈앞

미 언론 “셋업맨 맡을 것”… 구단, 오늘 공식 발표 예정
해외도박으로 위기에 몰렸던 ‘끝판대장’ 오승환(33·사진)이 기사회생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명문구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입단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미국 CBS스포츠, MLB닷컴 등 미국 언론들은 11일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입단 합의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10일 미국으로 출국한 오승환은 도착 후 세인트루이스 구단의 신체검사를 받고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계약을 맺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르면 12일 오승환과의 계약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 언론은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투수인 트레버 로젠탈의 앞에서 활약하는 셋업맨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어 입단은 확실시된다. 이로써 마카오 원정 도박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KBO리그 징계를 받는 등 선수 인생에서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오승환은 빅리그에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게 됐다. 

계약이 성사되면 오승환은 이상훈과 구대성, 임창용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가 된다. 오승환에 앞서 진출한 세 선수는 한국과 일본에선 큰 성공을 거뒀지만, 미국 무대에서는 모두 한 시즌만 뛰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해 바로 한국 무대로 돌아왔다. 과연 오승환이 선배들의 전례를 뒤집으며 미국에서도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갈지 관심을 모은다.

오승환이 올 시즌 활약하게 될 세인트루이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이다. 강정호의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같은 지구 소속이기에 한국인 투타 맞대결도 기대된다. 세인트루이스는 오는 4월 4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2016시즌 개막 시리즈에서 피츠버그를 만난다. 이 3연전은 피츠버그의 홈구장인 PNC 파크에서 열린다. 지난해 9월 중순 상대 주자의 과격한 슬라이딩에 걸려 무릎 수술을 받은 강정호가 개막 시리즈에 출전할지는 불투명하다. 설사 강정호가 불참한다고 하더라도 세인트루이스와 피츠버그는 정규리그서 총 19차례 맞붙기에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돌직구’로 불릴 정도로 묵직한 직구가 트레이드 마크인 오승환과 직구에 강점이 있는 강정호의 맞대결은 한국 야구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강정호가 오승환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강정호는 2007년 이후 오승환을 상대로 13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보다 훨씬 빠른 강속구 적응에 성공한 강정호가 오승환을 상대로 어떤 결과를 낼지 관심을 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팀 차원에서도 반드시 서로를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다. 피츠버그는 지난해 98승64패로 빅리그 전체 승률 2위를 기록했지만, 같은 지구의 세인트루이스가 100승(62패)을 거두면서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를 치러야 했다. 결국 피츠버그는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서 시카고 컵스의 사이영상 수상자 제이크 아리에타에 완봉패하며 ‘가을 야구’를 허무하게 접었다. 지난해 97승65패를 거둔 시카고 컵스도 중부지구 소속이다. 지난해 전체 1, 2, 3위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모여 있는 셈이다. 컵스가 올 시즌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성공하면서 피츠버그와 세인트루이스까지 3팀의 순위 경쟁은 올 시즌 더욱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