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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아울렛, 마트 등 새로 문을 여는 유통점포는 속칭 ‘오픈빨’이라는 게 있다. 쾌적한 공간에서 상품을 구입하고, 각종 할인행사에 증정품까지 풍성해 호기심 어린 고객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지난해 피말리는 사투 끝에 문을 연 서울시내 면세점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 물론 면세점 운영 노하우 35년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장벽을 일순간에 뛰어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여기에다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떠밀려 준비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문을 연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면세점 사업이 대기업들의 ‘나눠 먹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면세점법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면세점 사업을 둘러싼 문제점과 대책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면세점 대전’에서 승리한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이 각각 지난달 24일과 28일 개장했지만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리 ‘그랜드 오픈’에 앞서 일부 매장만 영업을 시작한 ‘1차 개점’이라지만 방문객은 기대 이하다. 반면 특허권 재승인에 실패해 폐점을 앞둔 면세점은 여전히 ‘싹쓸이’ 쇼핑객으로 붐비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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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10일 서울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하다. 이제원 기자 |
휴일인 지난 10일 정오 기자가 찾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내 ‘신라아이파크면세점’.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합작해 화제를 모은 면세점이지만 한산했다. 주요 해외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은 탓인지 면세점 3∼7층 중 5층과 7층은 통째로 비어 있었다. 한 직원은 “면세점을 오픈하면 고객들로 북적될 줄 알았는데 다소 실망스럽다.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하지만 3월 ‘그랜드 오픈’을 하면 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화 갤러리아면세점 63’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개장 초기 국산 화장품과 특산물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데다 입소문이 안 나 해외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하다. 현재 신라아이파크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63의 단체방문객은 하루 평균 2000명선. 당초 회사 측이 기대한 3000명 이상과는 차이가 난다.
반면 폐점이 확정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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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을 앞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쇼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남제현 기자 |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작년 하루 평균 단체방문객은 4000명 수준. 외국 관광객들이 신규 면세점보다 익숙하고 주요 명품 등 제품이 많은 기존 면세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오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활기가 넘쳤다. 구찌, 루이비통 등 유명 브랜드 입구엔 고객이 구입한 물품이 밀봉된 채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 공항 인도장으로 향하는 물품이다. 설화수, 후 등 화장품 매장 계산대 앞에는 10여명이 줄지어 기다렸고, 다리품을 팔다가 지친 사람들이 앉을 곳이 없어서 자리를 찾아 서성이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고객들이 여전히 월드타워점을 많이 방문한다”며 “지금은 선주문한 물량을 판매하고 있어 영업에 지장이 없지만, 추가 발주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는 상품별로 재고가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명품시계 등을 사기 위해 워커힐면세점을 꾸준히 찾는 관광객들이 있다”며 “(이처럼) 장사가 잘되는데 왜 문을 닫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