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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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 행보' 김정은 또 개성공단 볼모 삼나

3차 핵실험 때도 대북 제재에 개성공단 가동 중단 카드 꺼내 / 북 이번에도 위협 가능성 높아… 정부, 체류인원 최소화 선제 조치… 남측서 먼저 생산제한 강수 둘 수도
4차 핵실험을 밀어붙인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마이웨이’ 행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정부가 개성공단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기류가 감지된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민안전 등을 감안해 12일부터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입주기업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최소 수준으로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며 “개성공단 방문은 생산활동에 직결되는 인원에 한해 허용된다”고 밝혔다.

정부 방침은 개성공단 체류 인원의 제한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북한의 4차 핵실험 다음날인 7일 생산활동에 필요한 인원만 개성공단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은 2차 조치다. 개성공단 체류 인원을 필수 유지인력 수준으로 최소화하면서 공단에 들어가는 반출 물품까지 제한하면 사실상 공단 운영은 중단 수순을 밟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개성공단 차량이 임진강을 건너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조치로 개성공단 생산활동과 직결된 인원에 한해 공단 방문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는 상황에서 체류인원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기로 한 것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대남 위협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추가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핵 실험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상응하는 대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강조한 점으로 미뤄, 정부가 우리 기업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가시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북 압박 조치로 개성공단의 생산활동을 제한하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분위기이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유일한 지렛대이자 상징적 공간이지만 북한이 대남 위협 수단으로 삼을 때마다 희생양이 됐던 ‘양날의 칼’이다. 북한이 대미 결사항전을 부르짖으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때마다 개성공단은 우리 기업과 남북관계의 목을 조르는 수단으로 둔갑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이뤄진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북한이 공단 가동을 중단한 2013년 4월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이번에도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무리수를 둘지는 미지수다. 가동을 중단한다고 해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2013년 당시 우리 기업의 피해를 감수한 개성공단 체류 인원 철수 방침으로 김정은 체제의 위협에 맞섰던 정부의 단호한 태도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북한이 되레 우리 정부 조치를 도발 명분으로 삼아 큰 소리를 치고 나올 수도 있다. 개성공단은 명분 없이 결정을 번복하기 어려운 ‘불가역적 영역’이다.

전직 고위 외교안보 관료는 “정부가 개성공단 생산활동에 영향을 주는 출입 인원을 점진적으로 제한하고 반출 물품도 제한하면 개성공단 운영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생산 규모가 기존의 50%대로만 떨어져도 북한으로서는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