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지원과 관련해 중국 내에서 나오는 자조 섞인 비판이다. 북한과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것과 같은 밀접한 관계)인 중국 내에서도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계속되는 대북 지원에 찬성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한·중 공조에 엇박자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내외의 비판을 감안해 어떤 채찍을 꺼내들지 주목되는 이유다.
네팔서도 북 핵실험 항의 북한 인권단체 소속의 네팔인 활동가들이 11일(현지시간) 수도 카트만두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우리는 무기를 증오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북한의 4차 핵실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트만두=EPA연합뉴스 |
중국은 6·25전쟁 참전을 제외하더라도 1980년대 말까지 옛 소련과 함께 북한에 식량, 화학비료, 석유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지원을 했다. 1991년 소련 해체 후에는 대북 지원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북한의 도로, 항만, 전신 등 인프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수혈(피를 공급함)기능에서 탈피해 조혈(피를 만듦)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이 같은 북한의 경제적 대중 의존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군사·산업의 ‘검은 피’라고 할 수 있는 석유를 해마다 50만t 이상 북한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북한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중국으로부터 약 4억7877만∼7억8998만달러어치의 광물성 연료와 광물유를 수입했다. 이는 전체 광물성연료·광물유 수입액의 92.1∼97.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광물성 연료·광물유는 원유와 정제유 등을 모두 포함한 분류 기준이다. 금액뿐 아니라 양에서도 중국산 원유 도입량은 전체 수입량의 8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상진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1차적으로 북한이 필요한 원유의 90% 이상을 제공해준다는 것에서 나온다”며 “중국이 북한에 원유 등을 제공하지 않으면 산업시설이 마비되고 전투기나 전차, 장갑차를 운용하기 쉽지 않아 심각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제4차 핵실험과 관련해 중국 내 북한 음식점 운영 등 외화벌이 사업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북한 음식점은 100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음식점 등에서 번 돈은 대부분 북한으로 송금돼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으로 쓰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그러나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이나 감축은 실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2·28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이후 한·미·일 군사협력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완충지대로서의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이전보다 상승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6년 10월 북한의 제1차 핵실험 당시 약 한 달간, 2009년 5월 제2차 핵실험 때는 약 2개월간 대북 원유 수출을 중단했다.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 때는 1∼9월 대북 원유 수출량이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1만3000t 늘기도 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부 교수는 “북한이 자산이자 부담인 중국으로서는 현재 북한을 굴복시키는 게 중국에 유리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라는) 한·미·일의 말을 들을 경우 북한이 더욱 반발하거나 북한이 붕괴돼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잃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베이징=신동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