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대북전문가 그룹서도 '핵무장론'…정성장 "失보다 得이 많다"

'대화론자'의 방향전환…"北비핵화, 불가능한 목표로 명확히 확인"
핵무장 금기시 하는 그룹서 이례적…전반적으로는 반대론 우세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 대화를 통한 6자 회담 재개를 주장해온 대북 전문가 그룹 일각에서도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민간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연구전략실장은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재래식 무기 구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국방 예산을 줄일 수 있고 청년들의 군 복무 기간도 대폭 줄일 수 있어 실(失)보다는 득(得)이 더 많을 것"이라며 핵보유를 주장했다.

'대화론자'로 꼽히던 정 실장은 "북한의 3차 핵실험 때까지도 한국의 핵무장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입장이었다"며 "저도 비핵화를 주장해왔지만,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비핵화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는 것이 명확히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실장은 "북한은 이번에 핵실험을 강행한 후 첫 수소탄 실험이라는 것을 강조, 앞으로도 계속 수소탄 실험을 강행할 입장임을 분명히 밝혔다"며 "최초 핵실험 후 수소폭탄 개발에 미국은 7년, 구소련은 4년, 영국은 5년, 프랑스는 8년, 중국은 3년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은 첫 핵실험 후 9년이 지났기 때문에 수년 내에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그동안 한국과 미국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 대북 제재를 한 뒤 할 일을 다한 것처럼 생각하며 북핵 문제에 대해 다시 무관심해졌다"며 "이제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임시처방 수준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처방의 마련, 국가안보 패러다임의 전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핵보유 주장'을 금기로 여기던 대북 전문가 그룹에서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 실장은 "언제까지 비핵화의 환상에 빠져 있을 것이냐"며 "주변의 전문가와 논의해보니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통일연구원장을 역임한 김태우 건양대 교수도 비상상황 시 핵무장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핵물질의 농축·재처리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교수는 "핵 비확산조약(NPT)에 따르면 핵무장을 못하게 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인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각종 무역 및 경제 제재를 받게 되는 핵무장은 굉장히 어렵다"며 "그렇다면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를 넘기 전까지는 하고 있느냐는 것인데 농축·재처리를 해야 정말 다급할 때 핵무장을 검토할 수 있는데 이것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핵물질 농축·재처리와 관련해 "NPT에서 불법으로 간주한 영역이 아니므로 한미 간 동맹외교 통해 풀어야 한다. 당면과제는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핵을 말리지 못하면 한국도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군사전략 차원에서도 한국에 시급한 체계 중 하나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인데 이것을 하려면 농축·재처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계속 우리 머리에 핵무기라는 권총을 겨누고 있는데 우리가 언제까지 계속 제재라는 칼만 갖고 있을지 답답한 상황"이라며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에 맞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을 가질 때가 됐다"며 '자체 핵보유론'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자체 핵무장을 하면 국제사회의 제재 등 감수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고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대북 전문가들도 대체로 핵무장론에 반대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