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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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편의점 '1+1' 행사…소비자 웃고 동네슈퍼 운다

 

편의점의 PB(Private Brand·유통업자 자체 브랜드) 제품 연중판매 및 덤으로 1개를 더 주는 행사가 확산되면서 소규모 동네슈퍼들이 울상이다.

PB제품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편의점이 동네슈퍼보다 비싸다'는 공식을 깨고 있다. 급기야 슈퍼점주들 사이에서는 PB제품을 팔고 싶다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편의점, 동네슈퍼보다 비싸다? "이젠 옛말"

그동안 업계에서는 편의점 제품 가격이 동네슈퍼 보다 비싸다는 게 정설이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두 곳의 평균 가격차는 현재 10%대다. 과거에는 이 차이가 20%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을 하기 위한 인건비, 전기료, 임대료 등 유지비용이 동네슈퍼 보다 많이 든다. 유지비 수준은 편의점이 동네슈퍼 보다 30% 가량 높다고 알려졌다.

편의점은 본사와 이익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이익을 나눌 필요가 없는 동네슈퍼 보다 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PB제품만 놓고 보면 이 '공식'은 사실상 깨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편의점 3사의 18개 제품 PB 및 NB(National Brand·제조업체 브랜드가격)을 비교했는데 PB가 평균적으로 NB보다 20% 가량 저렴했다. 현재 편의점 PB제품이 동네슈퍼 보다 가격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편의점 PB제품, 동네슈퍼보다 더 저렴한 경우 많아

편의점은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기 때문에 어떤 제품을 팔지 편의점주가 결정한다. 게다가 편의점주 입장에서는 PB와 NB 모두 마진율이 비슷하기 때문에 잘 팔리는 제품을 입고시킬 수 밖에 없다. 이는 편의점 일선에서 PB제품이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슈퍼점주는 편의점 PB상품을 팔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이미 일부 동네슈퍼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PB상품을 구매해 소량 판매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편의점 PB상품 판매는 해당 편의점 외 판매처에서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최근 편의점들이 경쟁적으로 덤(1+1·2+1)행사를 펼치면서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의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편의점 1곳에서 판매되는 물건은 2500개에서 300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신제품이나 인기제품, 업체에서 요구하는 제품 등이 1+1 등 덤 증정 행사 대상이다.

◆'1+1'·'2+1' 행사, 동네슈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 죽을 맛

편의점 GS25는 지난해 12월 657개 제품을 1+1, 2+1 등 덤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1월에도 668개 제품이 행사 대상이다.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높은 1+1 행사는 지난해 12월 116개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올해 1월에는 110개 제품이 행사 대상 품목으로 분류돼 있다. 2+1 행사는 지난해 12월 421개 제품, 올해 1월에는 405개 제품이 대상군이다. 덤 증정 행사 대상은 51개 제품에서 83개로 늘어났다. 이외에도 할인 제품이 69개에서 70개로 증가했다.

다른 편의점에서도 마찬가지 할인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점포당 3700개의 제품을 판매했다. 이중 지난해 12월 세일 품목은 431개로 조사됐다. 1+1, 2+1, 증정, 할인 제품은 각각 56개, 278개, 33개, 64개였다. 올해 1월 세븐일레븐의 세일 품목수는 소폭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은 474개 제품에 대해 할인을 실시할 계획이다. 1+1·2+1·증정·할인 제품은 각각 72개, 292개, 33개, 77개다.

편의점 CU는 지난해 12월 440여 개 제품을 할인 판매했다. 올해 1월에는 430개 품목이 할인 대상이다. 올해 1월 1+1·2+1·증정·할인 제품은 각각 40개, 340여개, 50여개 등으로 조사됐다.

미니스톱은 지난해 12월 517개의 제품을 할인 판매를 했고 올해 1월에는 522개 제품을 할인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 1+1·2+1·증정·할인 제품은 각각 74개, 325개, 9개, 114개로 나타났다.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슈퍼 매출 갈수록 떨어져

문제는 연중무휴로 원 플러스 원 행사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다수의 편의점이 연중무휴로 할인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슈퍼는 매출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울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일행사를 간헐적으로 한다면 고객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이해가 되지만, 연중 행사로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동네슈퍼들은 대부분 세일을 못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동네슈퍼가 편의점보다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