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영국의 조선·해운 리서치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해 1015만CGT(표준환산톤수)를 수주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1025만CGT로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중국은 조선업이 발전할 매우 좋은 여건을 갖춘 나라다. 예를 들어 지난해 중국 조선소의 수주물량의 절반가량을 국내 발주가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발주물량을 국내에서 소화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해운업 침체 등의 여파로 우리의 국내 발주물량이 5%대에 머무는 것과 대조된다.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조선소의 가격 경쟁력도 한국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조선업은 인건비 비중이 매우 큰 산업이다. 배 한 척을 만드는 데 용접 등에 필요한 현장 근로자 비용(인건비)은 15%가량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조선소 근로자의 평균 급여는 중국 등 후발 경쟁국에 비해 크게 높은 상황이라 경쟁력에서 뒤떨어지게 된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낸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정규직 근로자 평균 월급은 500만∼6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서 운영 중인 수비크조선소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우리 돈으로 40만원 수준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70억여원을 남기며 선전하는 중이다.
우리가 한참 전 시장에서 뒤로 밀어낸 일본의 추격도 매섭다. 일본 조선사는 수년간 진행한 인수·합병(M&A) 등의 재편 작업으로 시너지를 키운 상태에서 최근 엔화 약세까지 만나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수주하는 등 과거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의 조선사들이 세계를 주름 잡다 일본에 시장을 넘겨준 이유 중 가장 큰 게 높아진 인건비 때문”이라며 “한국도 일본에 비해 싼 인건비를 기반으로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이제는 여러 여건상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에 뒤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