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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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기 이야기] '기뢰전'의 진수… 해군 유일 기뢰부설함 ‘원산함’

소해함 지휘 위해 함포·어뢰 발사기 무장 / 작년 ‘태평양 훈련’ 참가… 임무 완벽수행 / 차기 ‘남포함’ 10월 인도… 내년 실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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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국군과 유엔군은 평양에서 150㎞ 떨어진 강원도 원산 상륙을 시도했다. 북한으로서는 인천상륙작전으로 주력 부대가 괴멸되는 등 큰 타격을 받은 터라 어떻게 해서든 원산에 한·미 연합군이 상륙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 연합군이 원산에 상륙한다면 패주를 거듭해야 할 상황이었다.

북한은 궁리 끝에 소련에서 지원받은 기뢰 수천발을 원산 앞바다에 떨어뜨렸다. 연합군은 북한군의 기뢰 매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 결과 육상에서 북한군과의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원산상륙작전에 동원된 병력은 일주일 가까이 바다 위에서 발이 묶여 진격 속도를 늦춰야 했다.

이때 얻은 교훈으로 우리 해군은 ‘기뢰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1998년 취역한 해군의 첫 기뢰부설함이 ‘원산함’으로 명명된 이유다.

원산함은 함미에 설치된 기뢰부설장치를 이용해 수백발의 기뢰를 빠르게 바다에 설치할 수 있다. 여기에 해군 소해함들을 지휘하는 ‘기뢰전 컨트롤타워’ 역할도 수행한다. 원산함의 헬기 갑판은 기뢰제거용 ‘MH-53’ 헬기가 뜨고 내리는 데 충분한 크기를 자랑한다. 기뢰탐색용 수중음파탐지기(SONAR)와 각종 기뢰 제거 장비를 탑재해 뛰어난 기뢰 제거 능력도 갖추고 있다.

부산 앞바다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관함식' 2차 국민참여행사에서 기뢰부설함 원산함이 갑판에 기뢰를 공개하고 있다.
원산함은 비전투함으로 분류되지만 무장도 하고 있다. 76㎜ 함포 1문과 노봉 40㎜ 쌍열 기관포 2문, Mk32 3연장 어뢰발사기 2문을 탑재해 해군 초계함 수준의 화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유사시 북한군의 해안포 사거리에서 기뢰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전투함에 버금가는 무장을 한 것이다. 원산함보다 크기가 작은 소해함들을 지휘하며 이들을 엄호해야 할 필요성도 고려됐다.

1997년 취역한 원산함은 기뢰전 훈련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9월 ‘2015 서태평양 기뢰대항전 훈련’에 참가해 기뢰 부설과 제거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서 원산함은 미 해군의 자율무인잠수정(AUV)팀을 지휘하는 소해부대장 임무를 수행하면서 AUV를 활용한 기뢰 탐색 절차를 익혔다. 훈련구역에 부설된 기뢰도 완벽하게 찾아냈다.

한국형 구축함인 대조영함, 대청함, 원산함, 울산함, 참수리호 6척, 잠수함(정지함, 나대용함)이 대형상륙함인 독도함을 지나고 있다.
원산함만으로 기뢰전 수행의 한계를 절감한 해군은 차기 기뢰부설함 ‘남포함’의 취역을 준비 중이다. 작년 5월 진수된 남포함은 스텔스 건조공법을 적용해 적의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장비에 의한 피탐 확률을 최소화했다.

남포함은 오는 10월을 전후로 해군에 인도돼 5개월간 전력화 과정을 거친 후 2017년 4월 실전 배치돼 영해 수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