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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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입성 ‘끝판왕’ 오승환, ML서도 통할까

부시스타디움서 공식 입단식
우여곡절 끝에 미국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성한 ‘끝판왕’ 오승환(34). 그는 과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서 제 실력을 보여 줄 수 있을까.

오승환이 12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공식 입단식을 했다. 그는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단장, 마이크 매서니 감독이 보는 앞에서 2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조건은 ‘1+1’이다. 보장기간 1년에 추가 1년이 옵션으로 붙었다. 세부 조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CBS스포츠 등 현지 언론은 “구단이 오승환에게 1년 뒤 잔류를 요청하는 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계약 규모는 2년간 최대 1100만달러(약132억원)”라고 전했다.

평균 연봉 550만달러로 선발인 류현진(600만달러·6년 3600만달러)보다는 조금 적다. 오승환의 연봉은 불펜치고는 높은 대우로 리그 정상급 수준의 연봉이다. 또 투수인 만큼 타자인 박병호(360만달러·5년 1800만달러)와 김현수(350만달러·2년 700만달러)보다는 훨씬 많다.

오승환(오른쪽)이 12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입단식에서 존 모젤리악 단장과 함께 자신의 새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주리=UPI연합뉴스
신체검사를 통과해 정식으로 세인트루이스의 일원이 된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품은 꿈이다”며 “한국과 일본에서 최선을 다했다. 새로운 환경, 더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어 “카디널스는 월드시리즈를 11번이나 우승한 명문 구단이며 지난해 총 관중 수도 메이저리그팀들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350만명을 기록했다고 들었다”면서 “도착해서 살펴보니 뜨거운 야구 열기가 느껴지며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승환은 또 “미국에서는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 강점은 포심 패스트볼”이라고 새 시즌 특유의 돌직구로 승부를 겨루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존 모젤리악 단장은 “오승환은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그의 능력과 경험이 우리 팀 불펜 기량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우리 팀의 소방수는 트레버 로젠탈”이라고 못 박은 뒤 “강한 불펜을 만드는 데 앞장선 오승환의 능력을 스프링캠프에서 직접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본격적으로 불펜진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구원왕을 석권한 오승환이지만 당장 소방수 자리를 꿰차긴 어려운 상황이다.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로젠탈은 지난해 2승 4패 48세이브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한 특급 소방수로 지난 시즌 MLB 세이브부문 전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승환의 현실적인 목표는 필승 계투조에 들어가는 것이다. 세인트루이스는 불펜이 강한 팀이다. 지난 시즌 세인트루이스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2.82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3위, 내셔널리그 15개 구단 중 2위를 기록했다. 강한 불펜의 중심에는 좌완 케빈 시그리스트와 우완 세스 메이네스가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시그리스트가 MLB 최다인 81경기, 메이네스가 76경기에 나설 만큼 두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특히 오승환은 우완 셋업맨 자리를 두고 메이네스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메이네스가 싱커를 중심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유형의 투수라는 점을 볼 때 오승환은 탈삼진 능력을 강점으로 승부를 걸면 승산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최형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