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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저유가 쇼크 등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4차 핵실험까지 덮쳤다. 그야말로 최악이다. 전임자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마지막 분기에 회복세로 돌려놓은 내수도 연초 ‘소비절벽’에 꺾일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 경제성장 동력인 수출 부진은 세계 경기 회복이 더뎌 단기간 내 해법을 찾기가 여의치 않다. 가계·기업부채는 물론 나랏빚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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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3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오후 5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유 후보자는 취임 바로 다음날인 14일 대통령 새해 업무보고로 첫 일정을 시작한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유 후보자의 발언에 비춰 보면 일단 새 경제팀의 기조는 정책 일관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정부의 현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올해 3%대 성장률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가 여의도에서 보여준 정치스타일이나 성격 등으로 미뤄 봐도 전임자가 보여준 ‘초이노믹스’와 같은 강한 색깔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연스레 박근혜정부 마지막 경제부총리로서 차질없는 마무리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통한 경제활성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장기적으로 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경제혁신 계획에 성과를 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빚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 1300조원에 육박하는 사이 가계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4%나 급증했다. 이는 2008년 3분기(10.7%)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가계소득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어들고 있다. 월평균 가구 소득은 2014년 4분기 2.4%, 지난해 1분기 2.6%, 2분기 2.9%까지 증가폭이 확대되다가 지난해 3분기 0.7%(441만6000원)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득이 줄면서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은 339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다. 가계지출이 줄어든 것은 2013년 1분기(-0.4%)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유 후보자는 기재부 출신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호흡을 맞춰 부진에 빠진 수출을 회복해야 한다. 지난 연말 가까스로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최대한 활용해 무너진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새로 열어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정책적 호흡도 풀어야 할 과제다. 유 후보자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지만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질적구조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가계의 상환능력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이 총재는 올해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가계부채가 성장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한계기업과 함께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지목했다.
한편 최 전 부총리는 이날 “경제를 바꾸러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1년6개월간의 재임기간을 “순풍이라곤 받아본 적 없이 그야말로 사투를 벌인 항해였다”며 “과거 정부들이 욕먹기 싫거나 갈등이 두려워 중장기과제로 미루곤 했던 여러 개혁과제들에 대해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하겠다며 당당히 맞서 왔다”고 회고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