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총 6차례나 만났다. 서방권 지도자 대부분이 불참한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시 주석과 함께 열병식을 참관한 장면은 한·중관계 밀착 정도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부각됐다. 미국 내 ‘중국 경사론’에 정점을 찍은 계기이기도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정부 안팎에서는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한·중 양국 정상이 상당부분 의견을 같이하고 깊숙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박근혜정부가 지난해 9월 펴낸 외교·통일·국방·보훈분야 성과집에서도 외교부문 성과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를 꼽았다.
하지만 정작 북한의 4차 핵실험이라는 위기상황에서 한·중 정상은 아직까지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말 개통한 한·중 국방장관 간 군사 핫라인도 먹통이다.
중국의 한 한반도문제 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말하는 통일외교에 대해 중국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의문이고 지금 한국 정부는 너무 서두르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판단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북한이 핵실험을 한 데 대해 제재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다그치는 것은 중국의 사고방식, 문화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대북제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낸 보고서에서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제한적 제재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며 적극적 제재로 가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외부적으로 (북한을) 비판하겠지만 실제로는 계속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중 양국의 국익이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북한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 중국의 한반도 정책과 한국의 국익이 얼마나 부합하고 어디까지 같이 갈 수 있는지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북한의 핵능력이 발전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핵개발을 중단시키거나 늦출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