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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협력 없으면 중국 독자적 제재 효과 미미"

[세계 주요 대북 전문가 인터뷰] ⑤ 〈끝〉 진찬룽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중국은 한국, 미국과 정치적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되도록 신속히 유엔의 새로운 대북제재안을 도출해낸 뒤 한목소리로 북한에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에서 다량의 석유원조를 받고 있어 러시아의 협력이 없으면 대북제재의 효과가 없다. 중국이 독자제재를 해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중국 내 국제관계 권위자인 진찬룽(金燦榮·54·사진)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12일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4차 핵실험을 한 북한제재에는 북핵 6자회담 참가국의 공조가 절실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이 대북 원유공급 중단 같은 제재에 나서지 않는 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은 실질적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은 중·북관계 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원래 중·북관계는 매우 특수한 것이었다. 지난 3년간 중국은 노력했고 대북 석유 원조도 줄였다. 현재 대북 석유 원조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 러시아에서 많은 석유 원조를 받고 있어 중국 의존도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그래서 러시아의 협력이 없으면 대북제재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중국이 독자제재를 추진해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막기 위해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국가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호전을 희망한다. 가능하다면 미국은 북한에 일정한 안보 보장을 해주고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선결조건이 있다. 바로 북한이 미국에게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밝히는 것이다. 이런 전제 아래 미국은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한국도 단호하게 북핵을 반대하는 전제하에 북한과 대화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제재조치도 필요하다. 현재 러시아는 북핵문제를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6일 핵실험 이후 한·미와 중국, 일본은 신속하게 입장표명을 했으나 러시아의 반응은 늦었다.”

-대북제재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미와 정치적 교류를 강화하면서 유엔에서 더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북·중 양자관계를 통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북·중관계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게 됐다.

“그렇다. 북한과는 핵실험 문제를 놓고 갈등이 크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단호히 반대한다. 이 점에서 중국과 한·미·일의 입장이 완전히 똑같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헌법과 당헌에 명기했다. 핵무기 보유는 북한의 국가의지가 됐다. 이는 근본적으로 중·북관계를 제약한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방중이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은 물건너간 것으로 봐야 하나.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방중이나 방북 모두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 같다.

“북한 핵실험은 중국 동북지역에 틀림없이 영향을 줄 것이다. 동북지역 경제발전의 안보조건이 나빠졌다. 두만강 개발과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 중·일·한 자유무역구 등은 상호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안보문제가 생기면 경제계획도 구체화할 수 없다.”

베이징=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

◆ 진찬룽 부원장은… △상하이 푸단대 국제정치학과 졸업 △중국사회과학원 석사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인민대 미국연구센터 부주임 △저서 ‘20세기 미국과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관계’, ‘냉전 후의 미국국회와 미국 무역정책’, ‘다국간주의와 동아시아 협력’, ‘중국 학자가 본 대국 전략’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