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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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주택가격 2% 상승 vs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누구 말이 맞나?

 

"에코세대의 주택시장 진입, 주택가격 하락 위험 당분간 없다."(한국감정원)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주택가격의 추세적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KDI)

지난해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급증하면서 주택 공급과잉 우려가 높아졌다. 민간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한국은행 및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은 국책기관들도 지난해 시작된 신규주택 공급과잉이 올해까지 이어지면 오는 2017년 주택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게다가 주택공급이 집중된 수도권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공급과잉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던 국토교통부도 연말 직접 강호인 장관이 나서 "주택업계에서는 향후 적정한 수준의 주택공급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감정원, 2017년까지 공급과잉은 기우

하지만 주택가격 공식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올해를 포함해 2017년까지는 공급과잉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전망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연말에 이어 지난 8일 내놓은 전망보고서를 통해 초과 공급우려는 경기도에 국한된 것이고, 공급증가에도 불구하고 에코세대의 주택시장 진입으로 주택가격 하락 위험은 당분간 없다고 내다봤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에서 주택 매매가격은 대내외 불안요소가 상존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정책 추진에 따른 내수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가격 상승폭과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매매시장은 1.2∼2.0% 가량 상승하고, 주택 거래량은 지난 연말까지 잠정 119만건에 이를 것으로 보고 올해는 이보다 9.4% 가량 줄어든 108만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매매시장 1.2~2% 상승한다고?”

이같은 기조는 지난해 연말부터 일관됐다. 채미옥 부동산연구원장은 지난 연말 내놓은 '주택시장 주요이슈 분석'에서 연평균 수요에 비해 2017년도에 5만가구 정도가 초과 공급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물량으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안정됐던 2006~2010년은 평균적으로 가구수의 2.3% 정도 신규 주택이 공급(준공)됐고, 2011~2014년은 1.9%로 낮아진 뒤 지난해 2.3%로 회복됐다. 올해와 내년은 각각 2.1%, 2.4%로 작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감정원과 달리 KDI·한국은행과 같은 국책기관들이나 민간 연구기관은 지난해 시작된 신규주택 공급과잉이 올해까지 이어지면 2017년 주택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인호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지난달 발표한 '최근 아파트 분양물량 급증의 함의' 보고서에서 "지난해 아파트 분양 물량 49만가구는 중장기(2013~2022년) 주택공급계획상 아파트추정 물량(연평균27만가구)을 큰 폭으로 초과하는 수준"이라며 "이는 가구수 증가와 주택 멸실수를 고려한 우리 경제의 기초적인 주택 수요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의 단기적 주택 수요 확대 및 분양물량 급증이 중장기적으로 주택 및 금융시장에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17년 주택시장 침체론…매수심리 위축 우려

한국은행도 지난해 발간한 '11월 지역경제보고서'에서 향후 주택 매매가격이 공급과잉,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 시행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도 연말 내놓은 올해 전망에서 주택시장의 변수로 ▲전세 ▲공급 ▲가계부채 ▲대출규제 ▲금리 등이 거론했다. 특히 금리와 대출규제, 공급과잉을 3대 변수로 꼽았다.

실제 공급과잉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9724가구로 집계됐다. 전월 3만2221가구에 비해 미분양 물량이 무려 54.3%(1만7503가구)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은 8월부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8월 3만1698가구를 기록했던 미분양 주택은 9월 3만2524가구로 소폭 증가한데 이어, 11월에는 5만가구에 육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10월을 제외하고는 3개월 연속 미분양 주택이 확대된 것으로 건설업체들의 밀어내기 분양에서 비롯된 공급량 증가, 글로벌 경기불안에 따른 청약수요 감소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미분양 물량이 크게 확대됐다. 11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2만6578가구를 기록했다. 전월 1만5576가구에 비해서는 미분양 물량이 70.6%(1만1002가구) 증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