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꿈을 잃어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과학자(18%)를 최고의 장래 희망으로 꼽았고 고학년은 경찰(12%), 교사(10%) 등을 선호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은 공무원(15%)이 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유는 ‘정년이 보장된다’, ‘부모님이 추천했다’는 것이 가장 많았다.
사라지지 않는 학교폭력도 큰 문제다. 교육부가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 통계만 놓고 보면 학교폭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줄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는 교육부 조사와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9∼17세 아동 3명 중 1명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폭력으로 아픔을 겪은 학생들이 ‘해맑음센터’에서 자활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학교생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해맑음센터 제공 |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이른바 ‘삼포세대’는 이제 대인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해야 하는 ‘오포세대’가 됐다. 최근에는 오포세대를 넘어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꿈과 도전, 희망의 세대가 되어야 할 20대가 좌절과 무기력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셈이다.
사회 첫발부터 ‘모라토리엄’ 늪에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청년 취업난에 학자금대출 상환은 막막하고 신용유의자에 개인워크아웃까지 악순환은 끊이지 않는다. 한 해 6000명이 넘는 20대가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30∼40대 직장인의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 20대 때 느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책임감’으로 이름만 바꾼 채 삶을 옥죄는 까닭이다. 부양할 가족이라도 생기면 책임감은 배가 된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6세다. 저성장과 고령화 추세가 맞물리면서 50대 은퇴자의 삶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재취업 자리를 기웃거려 보지만 정부의 고용정책은 청년 실업난 해소 쪽에 비중이 쏠려 있다. 결국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퇴직금이나 날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세대 간 갈등은 50대의 정신건강마저 위협한다. 조직 내 의사결정구조에서 상위에 속해 다른 세대보다 쉽게 갈등 상황에 놓이지만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고립된 50대는 홀로 갈등 해결의 책임을 떠맡는 경우가 많다. 노년층이 살아가기도 쉽지 않다. 범죄 피해가 특히 우려스럽다. 노후 준비를 위해 모아놓은 돈을 보이스피싱에 몽땅 날리는가 하면 효능과 가격을 터무니없이 부풀린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등으로 건강 문제에 예민한 노인들의 주머니가 털리는 경우도 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양극화 때문에 중간소득 일자리가 꾸준히 줄었다”며 “그러다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하위 소득에 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먹고사는 문제로 인해 사회적 아웃사이더가 된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