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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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신한’의 굴욕… 선수들 태업하나

신정자·최윤아·김단비 등
국내 최강 라인업에도 추락
정인교 감독 스스로 물러나
여자농구 인천 신한은행은 4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스프츠에서 전대미문의 6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하지만 춘천 우리은행의 등장으로 왕좌에서 물러난 신한은행은 올 시즌 창단 이래 최다인 6연패의 수모에 빠져 공동 4위(9승12패)로 내려앉았다. 급기야 지난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정인교(사진) 감독이 지난 12일 사령탑에서 돌연 스스로 물러났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감독 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이상의 팀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은 신정자, 최윤아, 김단비, 하은주 등 막강한 국내 선수 라인업을 구축했다. 면면이 화려한 덕분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 빗대어 ‘레알 신한’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개막 전 정 전 감독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에 외국인 선수 모니크 커리까지 합세해 지난 3년간 우리은행에 빼앗긴 왕좌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전문가들도 우리은행의 유일한 대항마로 신한은행을 꼽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신한은행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정 전 감독은 경기에서 패한 뒤 “어처구니없는 실책에 무너졌다”고 자주 언급했다. 정 전 감독의 지적대로 신한은행의 경기당 실책은 16.05개로 리그 꼴찌다. 지난 시즌 경기당 10.97개로 리그 최소 실책을 기록한 팀이었지만 1년 사이 망가진 셈이다.

신한은행의 급격히 떨어진 경기력은 지난 10일 절정을 이뤘다. 2쿼터 득점이 4점에 그치는 등 전반에 14득점밖에 넣지 못했다. 역대 전반 최소 득점 타이기록이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신한은행 선수들이 태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었다.

신한은행은 고액연봉 선수가 가장 많은 팀이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등록된 114명의 선수 중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선수는 24명이다. 그중 신한은행 소속은 6명(신정자, 김단비, 최윤아, 하은주, 곽주영, 김연주)이나 된다. 여자농구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연봉은 많이 받고 싶어하지만 고된 훈련은 싫어한다”며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선수들은 ‘갑’이고 코칭스태프가 ‘을’인 상황이 됐다. 감독의 지도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수들이 태업한다”고 토로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