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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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에 파경맞은 '재벌과 평사원의 러브스토리'

이부진·임우재 부부 조정 신청에서 이혼선고까지 1년3개월
결혼 17년만에 이혼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
'재벌가 자녀와 평사원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에게 1심 재판부가 이혼을 선고했다.

결혼한 지 17년 만에, 1년 3개월여의 조정과 소송 과정을 거쳐 내려진 판결이다.

그러나 임 고문 측 변호인은 '자녀의 친권과 양육권을 이 사장에게 둔다'고 한 이번 판결에 불복, 항소하겠다고 밝혀 친권과 양육권을 둘러싼 양측의 다툼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항소는 판결문이 송달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원심 법원에 내면 된다. 이 경우, 항소심은 수원지법 가사항소부에서 열린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가사2단독 재판부(주진오 판사)는 14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을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자 지정 등 소송 선고 재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두 사람은 1999년 8월 결혼 당시 재벌가의 딸과 평사원의 만남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 1995년에 삼성에 입사한 뒤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하다가 만났다.

이 사장은 연세대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복지재단에 평사원으로 입사했고, 임 고문은 단국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의 전산실에 입사했다.

한 때 임 고문이 이 사장의 경호원 출신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4년간 연애 후 결혼을 결심했지만, 재벌과 평사원의 혼인은 양가 부모의 반대로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장의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의 반대가 심했다는 후문이다.

결혼 승락을 받기 위해 두 사람은 양가 부모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특히 이 사장은 '단식'까지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1999년 마침내 두 사람이 결혼하자 언론들은 임 고문은 '남데렐라(남성판 신데렐라)'로 부르며 대서특필했다.

결혼 후 임 고문은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삼성물산 도쿄지사와 삼성전자 미주본사에 근무했다.

2005년 삼성전기 기획 상무보로 국내에 복귀한 뒤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파경 소식은 2년 전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이 사장은 2014년 10월 남편 임 고문을 상대로 이혼조정 및 친권자 지정 등 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혼소송 2년전부터 사실상 별거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있다.

이혼 사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성격 차이와 함께 성장 환경이 너무 달랐던 것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다.

임 고문이 삼성가 가족과 잘 융화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사장의 여동생인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분 부문장이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아들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과 결혼하면서 가족 모임 등에 나가는 것을 힘들어 했다는 말도 나온다.

임 고문은 삼성그룹 3세 부부 중 유일하게 사장 직함을 달지 못했다.

이혼에는 크게 협의 이혼과 재판상 이혼 등 2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 사장이 택한 것은 조정과 소송 과정을 거치는 재판상 이혼이다. 사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세간의 이목을 감수하고 재판상 이혼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이혼절차는 2014년 12월과 2015년 2월 두 차례 조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의 친권과 양육권을 놓고 양측간 이견이 컸다.

임 고문 측이 1심 선고 후 항소할 뜻을 밝힌 것도 '친권과 양육권을 이 사장이 가져간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5월28일 2차 재판에서 이 사장은 결혼생활과 양육 환경을 가사조사관에게 조사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9월12일 가사조사가 종결됐고, 이 과정에서 임 고문은 가정을 지키고 싶다며 이 사장의 이혼요구에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 사장이 소송을 낼 당시 삼성전기 부사장이던 임 고문은 작년 12월 초 삼성그룹 인사 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앞서 이 사장의 오빠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큰딸인 임세령(39) 대상 상무와 1998년 결혼했다가 2009년 이혼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