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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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끝없는 엑소더스… '호남 1당' 붕괴 초읽기

내주 박지원 등 줄이탈 예고
호남권의 ‘더불어민주당 엑소더스’가 이어지며 호남권 탈당 흐름에 극적인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경우 다음주 초쯤 호남권에서 더민주의 제1당 지위는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와 주승용(전남 여수을) 장병완 의원(광주 남구)이 연쇄 탈당한 데 이어 14일에는 김승남 의원(고흥·보성)이 더민주를 박차고 나갔다. 수도권에서도 이날 손학규계 신학용 의원이 문재인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고 탈당했다. 더민주 주류 진영은 “어차피 교체될 사람들이 간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은 바짝 타고 있는 모습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에서 “1993년 마포당사 시절 민주당에 몸을 담은 지 23년 만에 처음으로 당을 떠난다”며 “이대로는 서민대중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민심이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뒤 당 사무처 직원으로 정당생활을 시작한 골수 민주당맨이었다. 

김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가칭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탈당으로 이날 현재 더민주 의석수는 127석에서 111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안철수 의원의 지난달 13일 탈당 이후 현역의원만 16명이 스스로 더민주의 품을 떠난 것이다.

더민주는 아직 외연상 호남에서 제1당이다. 광주 8석 중 2석, 전남 11석 중 8석, 전북 11석 중 9석으로 모두 19석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주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김영록, 이윤석, 박혜자, 이개호 의원 등이 탈당할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13명만 남게 된다. 게다가 전북에서도 유성엽 김관영 의원이 이미 탈당한 데 이어 2~3명 추가 탈당자가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더민주의 의석은 더 줄어들 수 있다. 탈당 의원들이 안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더민주는 더 이상 ‘호남 맹주’를 자처할 수 없게 된다.

호남은 지난 30년간 제1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왔다. 1997년 대선에서 DJ를 당선시켰고, 2002년과 2012년 대선에서는 부산 출신인 노무현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게 몰표를 줬던 곳이다. 더민주가 그런 호남 텃밭을 놓치게 된다면 향후 정치 행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민주의 호남권 위기는 국회에 앞서 광주시의회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조영표 의장 등 더민주 소속 광주시 의원 5명이 오는 18일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에는 문태환·김동찬 부의장 등 시의원 5명이 이탈한 바 있다. 시의회의 전체 의원 21명 가운데 최대 14명까지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역정가에 파다하다. 이들 대부분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여 더민주는 광주시의회에서 제2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동요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신 의원은 이날 오전 “이제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당이 됐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신 의원은 “특히 인천지역에서 발생한 문재인 대표 친위대의 극단적 패권주의에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늘 선당후사를 새기며 정치활동을 했다.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며 기득권을 내려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입법로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 의원은 지난달 1심 판결을 앞두고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손학규계인 김동철, 최원식 의원, 김유정 전 의원도 탈당해 손학규계도 사실상 더민주와의 결별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민주 내에서 구 민주계를 대표해 온 정대철 상임고문 등 전직 의원 40여명은 15일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진·박영준 기자 bluewin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