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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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연구소·해외IB "3% 성장률 너무 낙관적"

한은 올 전망치 놓고 설왕설래
“경제적 팩트(요소) 외에 다른 고려는 없다.”

한국은행이 14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3.0%로 하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렇게 말했다. 한은이 ‘3%대 성장’을 고수하는 정부와 박자를 맞춘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남정탁 기자
그러나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대부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 중·후반대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3%대 전망을 내놓은 것은 한은과 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뿐이다. 해외 IB들은 이날 한은의 경제전망과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성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전례없이 높은 수위로 비판했다.

◆차이나 쇼크에 저유가 충격까지 대외 악재 산적

이 총재는 다른 기관들이 2%대 전망을 내놓은 데 대해 “대외여건이 안 좋다 보니 많은 기관들이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많이 택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지난해 성장률 2.6%를 감안하면 올해 3.0% 성장이 낙관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세계 교역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예상하고 있어 우리 수출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며 “유가 하락이 예기치 않은 부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실질구매력 상승과 소비여력 증진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중국 증시 폭락과 위안화 평가절하 여파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예상을 넘어서는 국제유가 급락세도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전망할 때 국제유가를 배럴당 50달러대로 계산했지만, 최근 국제유가는 30달러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유가하락은 물가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로도 이어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노르웨이·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29조7120억원으로, 전년(36조6210억원)에 비해 18.8% 감소했다. 오일머니는 미국·유럽계 자금과 함께 국내 증시를 떠받쳤지만, 최근 저유가 여파로 재정 압박을 받는 산유국들이 잇따라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시지 않는 ‘소비절벽’ 공포


내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정부가 전방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쳤지만, 올해는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고 담뱃값 인상 효과마저 사라져 ‘소비 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부동산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공급과잉 논란마저 일면서 부동산 경기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올해는 주택 경기가 지난해보다 부진하고,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규모 축소로 공공부문 토목 분야도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로 갈수록 건설경기가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이 끝나는 4월 이후로는 가계부채와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본격화하면서 소비 억제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해외 IB들은 이날 한은의 전망과 금리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영선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새로운 전망은 낙관적”이라며 “이는 의사소통의 신뢰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은이 매파(통화긴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우리가 제시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2.5%)에 하방 위험이 더해질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마크 월튼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도 “산업 생산과 수출량이 반등하는 듯했으나 2015년 말에 이르러 모멘텀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향후 실제 경제지표가 한은의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BNP파리바는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을 2.7%로 예상했으나, 이 또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으로 노무라는 6월과 10월로, BNP파리바는 3월(0.5%포인트)과 2분기로 각각 예상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