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직후 “미국조차 깜깜이었는데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냐”며 비난여론을 피해갔던 군의 논리를 대변했다. 이 대목에서 북한의 기습도발에 군이 ‘뒷북’을 치는 모양새가 반복될 때도 모두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한다. 이는 북한 특수부대가 비무장지대(DMZ) 철책과 군 경계망을 뚫고 잠입했는데도 우리 군이 사전에 북한 침투 움직임을 몰라서 벌어진 일이라고 둘러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북한 핵실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 대신 “주요 전략적 목표에 대해서는 집중 감시하고 있으나, 우리가 어떤 고정된 의식 속에서 정보활동을 하거나 판단하거나 하는 게 있었다”면서 “(정보 활동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군이 취해야 할 자세로는 어딘지 군색하다.
불과 넉달 전인 지난해 9월11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핵실험은 최소 한 달 전,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1주일 전이면 징후 파악이 가능하다”고 장담했던 군이 아니었던가.
지난 6일 4차 핵실험 직전 북한에선 대대적인 주민 소집령과 중대방송 예고가 나갔다. 한 탈북자는 “남한에 넘어온 일부 탈북자들도 핵실험과 관련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였다”면서 “그런데도 남한에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향후 북한이 소형화한 핵무기를 이동식발사대(TEL)에 실어 기습공격을 감행한다면 우리는 고스란히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북 정보수집을 강화하기 위해 정찰위성을 들여오면 뭣하나. 쓰는 군의 의식이 이 모양인데”라고 혀를 찼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