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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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민간이사장제 도입 1년 만에 실패로 끝나

대표이사와 권한 구분 없어
잦은 마찰로 결국 이사장 사퇴
20년 만에 수장 없는 행사 열 듯
윤장현 광주시장이 민선 6기 들어 의욕적으로 도입한 광주비엔날레 재단의 민간 이사장제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와 재단이 지난달 사퇴한 이사장 후임을 선출하지 않고 대표이사 체제로 올가을 비엔날레를 치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17일 광주시와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에 따르면 지난달 사퇴한 전윤철 이사장 자리를 9월 21회 광주비엔날레 개최까지 공석으로 두고 현재 대표이사 체제로 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재단 창설 20년 만에 이사장 없는 비엔날레를 치르게 되는 셈이다.

재단에 민간 이사장이 처음 취임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2014년 10월 재단 창설 20주년을 맞아 구성된 혁신위원회의 제안으로 민간 이사장제와 명예이사장제가 도입됐다. 민간 이사장제는 윤 시장이 추진한 비엔날레 재단의 혁신 아이콘이다. 윤 시장이 민선 6기를 시작하면서 비엔날레 재단에 지원을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그동안 광주시장이 당연직이던 이사장 자리를 민간인에 넘겨주고 명예이사장으로 물러난 것이다.

하지만 재단 정관을 보완하지 않아 민간 이사장 취임 이후 대표이사와 마찰이 잦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이 명예이사장으로 물러났지만 정관은 종전처럼 이사장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하고 있어서다. 정관을 개정하면서 명예이사장제 도입만 추가하고 이사장과 대표이사 간의 권한을 구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재 재단의 정관을 보면 민간 이사장이 재단을 대표하고 전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 정관 제9조(임원의 직무)는 ‘이사장이 재단을 대표하고 재단의 업무를 통할하며, 그 업무의 일부를 대표이사에게 위임하거나 전결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대표이사는 이사장의 업무를 보조하고 이사장의 유고·궐위 시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돼 있다.

이런 조항들은 재단 출범 이후 명예이사장제 도입 전까지는 이사장인 광주시장이 대표이사에게 사실상 전권을 위임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사장이 민간인으로 전환되면서 대표이사와의 권한을 놓고 충돌을 빚은 것이다. 결국 이사장은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지난달 사퇴했다. 정관을 제대로 보완하지 않은 게 사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