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그냥 놀기만 하는데, 대체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지난해 시범적으로 자유학기제가 적용된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학부모를 통해 들었던 이야기이다. 시험 부담이 없는 대신, 어떤 방향으로 자녀의 학습 방향을 진행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험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보고 돌아볼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하다. 즉, 시험이 없다는 건 그런 지표를 확인하지 못하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지도 방향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윤의정 공부혁명대 소장 |
학업에 대한 압박은 잠시 접어두고 자유학기제 기간을 잘 활용한다면 공부에 대한 흥미나 습관을 키워 나중에 해야 할 더 많은 학업량에 대비할 수 있다. 꿈과 끼를 스스로 찾는다는 것이 무척 추상적이라 다들 어렵게 생각하곤 하는데, 이건 ‘스토리에 대한 이해’라고 풀어서 정의하고 싶다. 문자를 일찍 습득한 아이 중 글 읽기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과 같은 호기심을 갖지 못해서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기본 중 하나는 ‘다음 이야기가 무엇일까’와 같은 궁금함을 갖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학기제 시기는 책 읽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독서는 주로 웹이나 모바일 등의 e북보다는 종이질을 느끼며 촉감을 자극하는 진짜 책으로 보기를 추천한다. 그래야 촉감이 더해지기 때문에 머리에 오래 남는다.
시간을 투자할 과목으로는 영어가 좋다. 수능에서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하면서 영어보다 수학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시간이 많을 때 영어에 집중해야 급할 때 시간을 벌 수 있다. 수학이 더 중요하고 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때, 영어에 시간을 막상 투자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중요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충분조건은 절대시간이다.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를 맞이하는 입장이라면 급하게 공부시키다 체하게 하기보다는 책을 읽으며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를 키우면서, 영어에 투자하는 문과적 공부에 좀 더 신경을 쓰길 바란다. 일단 어휘력이 늘면 수학 기초체력을 다지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봐도 된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트를 잘하기 위해서 스케이트만 탔겠는가? 체력 다지는 훈련은 필수로 했다. 잠시 쉼표를 찍는 지금은 기초체력부터. 그게 자유학기제를 현명하게 지내는 길이다.
윤의정 공부혁명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