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9년 만에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한 전후로 대만,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가 기준금리를 내렸다. 대만은 미국 금리인상 직후인 지난해 12월18일 기준금리를 0.125%포인트 내렸다.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은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하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앞으로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는 달리 사우디아라비아, 콜롬비아,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멕시코는 기준금리를 각각 연 0.25%포인트 올렸다. 해외 IB 전망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앞으로 금리를 0.125%포인트∼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브라질, 나이지리아, 터키도 향후 기준금리를 올릴 국가로 분류된다.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본유출을 견뎌낼 외환보유액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어정쩡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7개월째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과 물가전망이 낮아졌는데 기준금리 변화가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전망을 낮췄으면 금리를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45개월째 흑자를 내고 있고 지난해 12월 미국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국가 신용등급을 Aa2로 한 단계 높인 점 등에 주목하며 자본유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국내 성장률의 추가 둔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되고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소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 1분기 중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