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한 해를 보냈지만 마지막이 좋진 않았다. 혹독한 일정을 소화한 권창훈은 지난해 12월 초 피로누적에 왼쪽 무릎까지 다쳐 올림픽대표팀 제주 전지훈련에 불참했다. 이후 울산 전지훈련에 합류한 그는 팀 연습은 하지 않고 재활에 전념했다. 3위에 올라야 리우올림픽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권창훈의 회복을 애타게 기다렸다. 권창훈은 평가전과 예선 1차전에서 교체로 출전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권창훈이 1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23세이하 챔피언십 예선 2차전 예멘과의 경기에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며 슈팅을 날리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
권창훈은 이날 전반 14분 선제골을 시작으로 31분과 41분 연속골을 몰아치며 전반전에 이미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권창훈의 해트트릭은 올림픽 축구 출전을 23세이하 선수들로 제한한 1992년(바르셀로나올림픽 최종예선) 이후 한국 축구 사상 처음이다. 올림픽 1, 2차 예선까지 포함해도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서정원(1991년 필리핀전 3골), 최용수(1995년 홍콩전 4골), 이동국(1999년 스리랑카전 3골·인도네시아전 3골)으로 이들이 기록한 총 4차례가 전부다. 신태용호는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올림픽 최종 예선 최다 득점 및 최다골 차 승리기록도 세웠다.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신태용호는 권창훈까지 득점력을 뽐내며 상승세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신 감독은 “권창훈은 부상 때문에 몸을 만드는 상태다. 권창훈의 몸이 90% 정도 올라왔다고 해서 골을 넣든 안 넣든 무조건 90분 풀타임을 뛰라고 했다”며 “좋은 결과가 나왔다. 뜻밖에 골까지 넣어서 심리적 부담을 훌훌 턴 것 같다”고 권창훈을 치켜세웠다.
권창훈은 “큰 무리가 안 됐다. 이제 좀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싶다”면서 “내 경기력이 좋아야 팀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 부분을 잘 다듬어 이라크전에 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