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중앙선관위가 검찰 수사 의뢰라는 고강도 행동을 취하는 것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 있었다고 본다는 뜻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중앙선관위가 주목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지난 12일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1차 투표를 마치고 1,2위 결선 투표에 진출하지 못한 영남 출신의 최덕규(66)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이 투표권자인 대의원들에게 2위로 결선에 오른 김병원 당선자(전 나주남평농협조합장) 지지 문자를 발송했다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최 후보가 1차 투표 직후 김 당선자의 손을 들어 올려 주고 함께 투표장을 돌아다니면서 지지를 유도했다는 게 두 번째다.
중앙선관위는 1차 투표에서 78표를 얻은 최 후보의 이런 지지를 바탕으로, 김 당선자가 결선투표에서 역전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투표에선 김 당선자가 91표, 이성희(67) 전 낙생농협 조합장이 104표를 얻었지만, 결선투표에선 김 당선자가 163표를 획득해 126표를 얻은데 그친 이 후보를 꺾었다.
중앙선관위는 결선투표 직전에 "최덕규 올림"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상태로 "김병원 후보를 꼭 찍어 달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선거인단에 대거 발송된 사실을 파악해 증거자료로 확보하는 한편, 투표장인 서울 서대문 농협대강당에서 최 후보가 김 후보를 지지하는 영상도 챙겨 검찰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장은 지역농협 출신의 대의원 291명과 현직 농협중앙회장 1명 등 292명의 투표를 통한 간선제로 뽑는다.
이 같은 제도는 농민 전체의 직선제의 폐해를 개선한 것이기는 하지만 소수의 지역농협 조합장들을 어떻게든 '설득'하면 당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불법 선거의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각각 호남과 영남의 지역 농협에서 기반을 다져온 김 후보와 최 후보는 이번 선거가 세 번째 도전으로, 경쟁자이기도 하면서 협력자의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그동안 김 후보와 최 후보는 상대 지역의 농협을 자주 방문해 인지도를 높여왔으, 이번 선거에도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농협 안팎에서도 결선 투표에서 영호남이 '합심'했으며 이 때문에 경기 성남 출신인 이성희 후보가 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있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현직인 최원병 회장에 대한 심판론이 거세지면서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까지 지내면서 최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후보에 대한 반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최 후보 측의 김 후보에 대한 지지 문자 발송과 결선투표장에서의 지지 유도 행위는 모두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66조의 각종 선거운동 제한 규정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의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어 법원이 김 당선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경우 당선 무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 안팎에서 중앙선관위의 조사와 검찰 수사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김 당선자는 3월 중하순 열릴 2015년 결산총회 직후 4년 임기를 시작하게 되며 법원이 최종적인 판단을 하기 전까지 당선이 유효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농협중앙회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차기 회장이 당선자 신분에서부터 선거법 위반 논란에 시달리면서 농협중앙회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3월 취임후 업무파악에 열중해야 할 김 당선자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신경을 써야 할 처지가 됐기때문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조합원 235만여명, 자산 400조원, 계열사 31개, 임직원 8만8천여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대표하는데다 농민의 표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적인 힘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역대 선거에서도 선거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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