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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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년만에 부활한 '직지'…고려 금속활자 '비밀' 풀었다

임인호 금속활자장, 5년 작업 끝에 상·하권 3만여자 복원 성공
옛 밀랍주조법 그대로 적용…직지 이전 금속활자도 제작
고려가 몽골의 침입을 받은 지 100여 년이 지나 존망이 위기에 처한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는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불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여러 이야기를 모아 만든 백운화상의 책이 금속활자로 발간됐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 佛祖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이다.

1455년에 인쇄된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인쇄본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선 것이다. 2001년 유네스코는 직지를 세계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했다.

당시 직지는 50∼100부가량 인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하권 1권만 유일하게 남아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이런 직지가 639년이 지난 2016년 금속활자로 부활했다.

청주시는 18일 오전 금속활자 주조전시관에서 '직지 금속활자 복원사업 결과보고회'를 열고, 금속활자를 공개했다.

청주시는 2011년부터 5개년 사업으로 '고려 시대 금속활자 복원사업'에 나섰다.

이 사업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 금속활자장 기능보유자 임인호씨가 맡았다.

복원 방법도 고려시대에 사용했던 '밀랍주조법'을 시도, 당시 금속활자를 대량 생산했던 '비밀'을 풀었다.

밀랍은 벌집을 만들기 위해 꿀벌이 분비하는 물질로, 상온에서 단단하게 굳는다.

밀랍주조법은 밀랍대에 '글자본 붙이기-어미자 만들기(글자 양각)-밀랍봉에 어미자 붙이기-주형(거푸집) 제작-가마에서 가열해 밀랍 녹이기-주형 틀에 쇳물 붓기-주형 깨뜨려 활자 다듬기-조판, 인쇄'의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직지 상·하권의 글자 3만여 자를 모두 완벽하게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프랑스 박물관의 직지 하권에 남아있지 않은 1장까지 복원해 원본보다 완결성을 높였다.

현재 금속활자본 진본이 없는 직지 상권 등은 1378년 간행된 목판본 직지의 내용을 참고했다.

글자체는 직지와 같은 활자로 흥덕사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진 '자비도량참법집해' 번각본 등에서 집자(集字) 했다. 여기에 없는 글자는 금속활자 하권의 글씨에서 하나하나 획을 따다가 조합하기도 했다.

이 사업을 펼치는 데는 모두 18억1천여만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청주시는 2011년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문화재 전문가 등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이 기간에 직지보다 먼저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남명천화상 송증도가자, 동국이상국집 상정고금예문의 금속활자 각각 300여 자와 직지 목판활자도 함께 복원했다.

시는 이번에 복원한 직지 금속활자를 오는 9월 개최하는 '직지 코리아'에서 '고려금속활자 특별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청주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조선 시대 활자복원사업을 펼쳐 계미자 등 30여 종의 금속활자를 비롯해 45종의 활자 복원에도 성공한 바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