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의 영화사랑이 각별한 이유다. 정우성은 ‘선배’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그 선배는 비단 배우에 국한된 게 아니다. 영화 현장의 선배, 영화계의 선배를 뜻한다. 정우성이 영화 ‘나를잊지말아요’의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영화현장에서 배우로서의 내 역할을 국한하지 않는다. 현장의 동료, 일원으로 생각한다. ‘나를잊지말아요’는 제작자 타이틀을 달다 보니 피로도가 있더라. 특히 야외 촬영할 때 모든 걸 다 챙기게 됐다. 스태프들이 보행자를 안 막나, 보조출연자로 아이들이 나왔는데 넘어지지 않을까, 연출부는 감독을 잘 보좌하나.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면 배우로서 뻔뻔스럽게 연기하지만 생각할 게 너무 많았다.”
영화 ‘감시자들’을 촬영할 때는 제작부를 도와 교통정리에도 나섰다. 오지랖이 넓다고 볼 수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메이저 상업영화에 들어오는 스태프들 중 훈련이 안 된 친구들이 더러 보였다. 선배로서 일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현장의 일원이니까. 같이 작업하는 동료니까. 그들의 미숙함을 채워줘야 한다. 난 선배니까 그래야 한다.”
‘인간’ 정우성은 사랑지상주의자 같아 보인다. 사랑에 대한 환상이 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것은 아닌지….
“삶에서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 “늘 결혼하고 싶다”, “운명적 사랑을 아직 못 만났다”고 답했다. “사랑은 다 판타지다. 첫눈에 반하는, 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계속 일어나고 이뤄지잖나. 다만 사랑이 오래되면 내 사랑이 얼마나 판타지인지 깨닫지 못할 뿐이다. 사랑이 당연하게 치부되고, 자신의 사랑이 지닌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평범한 모든 사랑이 판타지다. 같이 손을 잡고 길을 걷는 그 순간, 그 찰나가 아름다운 것이다. 내가 힘들면 사랑이 나를 다 감싸줘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은 우리의 사랑을 부담스럽게 해주는 거 같다. 난 나이 들어서도 멜로를 찍고 싶다. 고령화 사회니까 노년의 멜로는 시장이 있을 것이다. 액션보다 더 오래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닐까.”
의리도 드러낸다. 정우성은 자신을 스타덤에 올린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의 올해 개봉작 ‘아수라’에 출연했다. 개인적 애정과 믿음으로 시나리오로 안 봤다. 그는 김 감독을 “형”이라고 칭하며 신뢰했다.
“김성수 감독이 영화제작사를 만들었다가 10년을 고전했다. 이후 홍콩영화 리메이크 프로젝트로 감독에 복귀하려고 했는데 불발됐다. 이후 만든 것이 재난영화 ‘감기’였다. 솔직히 난 반대했다. 내가 아는 감독의 색깔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진짜 하고 싶은 영화를 한대서 그냥 같이 해야할 것 같더라. 한때 주류감독이었지만 지금은 아닌데, 좋은 선배 감독이 묻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배우로서 목표를 물었다. 현실에 충실하자는 소박한 듯 원대한 목표를 전했다. “지금 촬영하는 거, 지금 하는 일을 잘하는 것이다.”
그래, 오늘이 없는 미래는 없다. 오늘 하루하루가 쌓여 내일이 된다. 정호승 시인의 동화집에 나오는 문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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