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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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업] 골이 터져야 관중은 그라운드로 돌아온다

프로축구연맹 ‘골가뭄’ 대안 마련
화끈한 공격축구 주문… 뜻 살려야
지난해 6월 2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최고의 라이벌전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가 열렸습니다. 따스한 초여름 날씨에 화끈한 명승부를 기대하는 3만9328명(지난 시즌 최다 관중)이 경기장에 몰렸지만 득점 없이 비긴 탓에 팬들은 실망감을 안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 경기를 지상파 중계까지 하며 대중의 관심을 노렸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꼴이 됐습니다. 당시 최용수 서울 감독과 서정원 수원 감독은 서로를 향해 “상대가 수비 위주로 나와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에서는 228경기 중 29경기가 0-0으로 끝났습니다. 비율로 보면 12.7%입니다. 2013년 8.6%, 2014년 10.5%로 무득점 경기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팀별 득점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골로 일본 J리그(1.34골)보다도 적습니다.

‘골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8일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순위 결정 방식에 칼을 댄 것입니다. 기존에는 승점이 같을 경우 득점과 실점의 차이(득실차), 다득점, 다승, 승자승, 벌점 순이었습니다. 연맹은 이사회를 통해 다득점과 득실차의 우선 순위를 바꿨습니다. 득점을 높여서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주문했지만 별로 통하지 않자 제도를 바꾼 것입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나 이탈리아 세리에A는 득실차보다 승자승을 우선시합니다. 다득점을 앞세우는 이번 사례는 세계축구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최형창 체육부 기자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부분 회의적입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연맹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축구는 다득점과 동시에 실점이 적어야 하는 스포츠다. 실점이 많은데 득점을 많이 했다고 상쇄될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감독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다득점을 우선으로 올려놓는다고 갑자기 공격축구를 하진 않을 것”이라며 “K리그를 잘 해보자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하지만 오죽하면 연맹이 이런 제도를 도입했을까요.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팬 입장에서는 골이 들어가야 축구를 보는 맛이 달라진다”면서 “극단적으로 수비에 치중하는 경우 골이 나오지 않는다. 팬을 위해서라도 각성해야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당장 이 제도 변화로 감독들이 공격 축구를 지향한다고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감독 각자 추구하는 지도 방식이 있고 선수 구성에 따라 팀 색깔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좀 더 많은 골을 원하는 팬의 기대에 지도자들도 발을 맞출 필요는 있습니다.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이 사안으로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한 팬은 “무득점 경기는 승점 1점도 주기 아깝다”고 합니다. 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공격축구’하겠다는 공허한 선언이 아닙니다. 경기장에서 화끈하게 골로 대답하는 모습입니다. 골이 터져야 팬들이 그라운드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프로구단들은 하루빨리 깨닫길 바랍니다. 

최형창 체육부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