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등의 투자 침체와 더불어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당장 원유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적어 물가 하락(디플레이션) 등 ‘저유가발’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유 공장에 근무하는 한 이란 노동자가 자전거를 타고 테헤란에 있는 정유 정제 시설을 나서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이란은 서방의 경제·금융 제재 해제에 따라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테헤란=AP연합뉴스 |
원유 가격은 세계적으로 공급이 늘고 있는 데 반해 수요를 견인할 요인은 보이지 않아 단기적으로 ‘저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란은 경제·금융 제재가 풀리자마자 이날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배럴 늘려 총 330만배럴 증산에 나서기로 했다. 이란 석유부 로크네딘 자바디 차관은 “만약 이란이 석유 생산량을 늘리지 않으면 이웃 석유 생산 국가들이 향후 6개월에서 1년 동안 이란 몫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셰일오일과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 역시 원유 증산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세계 두 번째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경기 침체로 올해 연초 대비 20%가량 원유 수입을 줄이기로 하는 등 원유 수요는 감소 추세에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국제 유가 하락은 러시아,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주요 산유국의 수입을 감소시키고 있어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들도 고전이 예상된다. 저유가에 따른 원자재 및 물가 하락이 기업의 매출과 투자를 감소시키고 이는 일자리와 개인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세계적인 원유의 공급 과잉이 조정될 확률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오펙)는 월간보고서를 내고 올해 미국을 비롯한 오펙 비회원 국가들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60만배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다만 오펙 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란과 사우디의 정치적 대립이 격화할 경우 석유 생산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