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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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얼, 글로벌 가전시장에 돌풍 일으킬까?

하이얼의 잠재력 놓고 진단 엇갈려
"GE 인수로 경쟁력 크게 끌어올려"
"월풀과 삼성·LG전자 추격에 한계"
중국 최대 가전업체 칭다오하이얼(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문을 인수한 후 어떤 위상을 확보할 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이얼은 지난 15일 미국 GE의 가전사업 부문 인수 사실을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54억 달러(약 6조5000억원)이다.

글로벌 가전업계가 하이얼의 GE 인수를 주목하는 것은 북미 가전시장에서의 기반을 다지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얼은 중국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북미시장 점유율은 1%대에 불과했다.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북미 가전 시장 점유율 1위는 월풀(14%)이다. 그 뒤를 이어 LG전자(12%), GE(10%), 삼성전자(9%) 등의 순이다.

하이얼은 GE 인수로 단숨에 2위권으로 부상했다. 특히 기술력이 확보됐다는 점이 위협적이다. 하이얼이 저가 냉장고, 세탁기, 온수기 등을 주로 판매해왔다. GE 인수를 통해 양문형 냉장고와 빌트인 가전 등에서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함에 따라 다른 글로벌 가전업체들과 본격적인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하이얼발(發) 가전시장 변동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이승혁 연구원은 "GE의 중저가 제품에 하이얼의 원가경쟁력이 반영되는 동시에 하이얼의 고가제품에 GE의 브랜드 인지도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가전업체들의 주력 시장이 북미라는 점에서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의 김상표·한동희 연구원도 "국내 가전업체들의 북미시장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하이얼의 GE인수는 중장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쟁 심화 요소"라고 분석했다.

반면 하이얼이 GE의 가전부문 인수를 통해 큰 시너지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송은정 연구원은 "하이얼의 GE 가전 인수가 북미 가전시장 점유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GE는 전통적으로 고사양보다는 범용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월풀, 삼성·LG전자, 일렉트로룩스 같은 고사양 브랜드 사이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조성은 연구원도 "미국 시장에서 GE의 가전제품은 월풀과 LG전자, 삼성전자와 같은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와도 큰 격차가 있다"며 "GE 브랜드의 시너지 효과는 오히려 미국보다는 신흥 시장의 저가 수요층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프리미엄·고급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하이얼의 GE 인수가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얼이 GE 인수 이후 자리를 잡기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소비자에게 각인된 중국 제품에 대한 저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로 지적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