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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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딸 호적에 올려놓고 애지중지 기른 부부 '벌금형 선고유예' 선처

아이가 생기지 않자 미혼모의 아이를 자신들의 호적에 올려 놓고 애지중지 키운 부부에게 법원이 '벌금형의 선고유예'로 선처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은명 판사는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혐의로 기소된 A(41)씨에 대해 벌금 50만원을 선고유예했다.

이 판사는 "A씨가 전과가 없고 반성하고 있는 점, A씨가 현재 가정법원에 입양 허가를 청구한 상태로 허가가 나면 처벌을 할 실익도 없는 점 등을 들어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선고유예의 경우 2년이 지나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소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된다.

사업차 호주와 한국을 오가며 사는 A씨 부부는 첫째 아들도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얻었다. 둘째를 보려고 노력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자 입양할 결심을 했다.

하지만 입양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건으로 쉽게 성사되지 않자 A씨 부부는 갓 태어난 남의 자식을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해 키우기로 했다. 

A씨는 인터넷 심부름센터를 통해 "곧 딸을 낳을 미혼모가 있다"라는 연락을 받고 300만원을 주고 미혼모 B씨를 소개받았다.

B씨는 2013년 12월 강남구 한 산부인과에서 딸을 낳았다.

딸을 건네받은 부부는 같은 달 출생신고를 마친 뒤 애지중지 길러왔다.

하지만 2년여 뒤 B씨가 '친자식이 아닌데 호적에 올렸다'며 A씨를 신고했다.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자신의 행동이 불법인 줄 몰랐다며 딸을 정말 제 자식처럼 아끼고 있다고 호소, 판사의 마음을 움직였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