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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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열기 무서운 체감물가, 경기와는 상관없다?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기 영향력 축소

연초부터 신선식품, 수입품 등 많은 먹거리 품목에서 소비자 가격이 오르는 등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꽁꽁 얼었다. 하지만 실제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0.7% 상승하는데 그쳤을 뿐 아니라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도 1% 내외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같은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와의 괴리는 어디서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은행은 이를 스마트폰, TV, 설탕, 생수 등 경기와 가격간 상관관계가 낮은 경기비(比)민감품목의 영향력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일 한국은행 물가동향팀 박성하·최강욱 과장이 집필한 '물가지수 구성항목별 경기 민감도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기의 영향력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개선되면 물가상승압력은 높아지고, 반대로 경기가 악화되면 물가상승압력이 낮아지는 '필립스 곡선'이 최근 물가현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은은 우리나라 근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29개 품목을 경기 변동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받는 '경기민감품목'은 229개(56%), 그렇지 않은 '경기비(非)민감품목'은 200개(44%)로 나눴다.

경기민감품목은 개인서비스가 44.6%로 절반가량 차지했고 공업제품(23.8%), 집세(18.6%)도 비중이 컸다. 전·월세, 자장면, 소파, 수입 쇠고기, 학원비 등이 여기에 속한다.

경기비민감품목 200개의 경우 공업제품(38.9%)과 공공서비스(25.1%), 곡물·축수산물(6.4%) 등의 비중이 컸다. 국산 쇠고기, 스마트폰, TV, 담배, 전기료, 설탕, 전기료, 학교급식비, 주차료 등이 경기비민감품목에 해당한다.

박성하 과장은 "경기민감품목 가격지수들을 합산한 경기민감물가지수는 2012년 이후에도 여전히 경기와 밀접한 관계를 지속했다"면서도 "경기비민감품목의 경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IT 제품 품질조정 등으로 경기흐름과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나라와 달리 공공요금 관련 품목(40%), 축산물·개인서비스(약20%)는 무상급식·보육제도, 정부의 미시적 물가대책, 한우 수급조절 정책 등으로 2012년 이후 경기역행적 움직임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자료제공=한국은행
뿐만 아니라 경기비민감지수의 근원인플레이션 기여율이 2001~2011년중 30% 수준에서 2015년중 60% 수준으로 상승해 근원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배 이상으로 뛰었다.

박 과장은 "경기는 여전히 중요한 물가결정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경기비민감품목의 영향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확한 물가압력 판단을 위해서는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화의 진전 등으로 경기 비민감품목의 비중이 중장기적으로 높아지면서 해외요인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공공요금 관련 품목은 경우에 따라서 물가지표가 경제기초여건과 괴리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 과장은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구조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하락한 상황에서 비경기적 요인의 영향력이 위기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