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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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임금체불… 학부모는 조마조마

서울·경기·광주 보육대란 도미노 확산… 사립유치원 운영 마비 내몰려/ 직원들에 “월급 못 준다” 통보… 아이들 하나둘씩 결석 조짐/ 정부·교육청은 ‘네 탓’ 공방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무상보육이 결국 파탄으로 몰리고 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지원금 미지급으로 인한 ‘보육대란 도미노’가 서울과 경기, 광주를 시작으로 결국 현실화됐다.

지역 교육청이 누리과정 지원금을 유치원에 지급하는 1월 첫날인 20일 서울·경기·광주 3개 지역 교육청이 누리과정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사립유치원들이 인건비 지급 불능으로 인한 운영마비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보육대란’이 현실화한 20일 인천시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이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영유아 인형을 안고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서울 성북구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임현숙 원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생각해 운영비로 지원금을 다 썼더니 통장이 바닥나 30여만원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당장 이번달부터는 지원금이 나오지 않으니 월급날인 25일에 교사들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돈을 안 주니 어머님들한테 22만원 더 내라고 하면 그건 원장의 신뢰에도 타격이 가는 문제라서 불가능하다”며 “최근 뉴스가 나오고 나서부터 소리 소문도 없이 하루 서너 명씩 결석하는데, 연락해보면 ‘개인사정으로 당분간 쉬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초상집 분위기”라고도 했다.

한국유치원연합회 서울지회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서소문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재의요청을 수용할 것을 의회에 촉구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서울 관악구 한 유치원 교사로 재직 중인 A(26·여)씨는 “오늘이 월급날인데, 원장님이 회의를 소집해 당장 월급을 줄 수 없다고 했다”며 “유치원 교사 근로조건도 매우 열악한 편인데, 그 돈마저 줄 수 없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게 아이들한테도 미안하고, 잘사는 동네가 아니어서 혹시나 경제적 부담으로 아이들이 유치원에 나오지 못하게 될까 봐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누리과정 예산 갈등으로 ‘보육대란’이 시작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 직원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집 입구를 청소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 해당 교육청들은 최악의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주며 ‘네 탓 공방’만 일삼으며 대책이나 합의안을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있다. 21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직접 대화를 통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시도교육감협의회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정부업무보고(국민행복:청년일자리 창출 및 맞춤형 복지)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도교육감협의회 박재성 사무국장은 “교육부로부터 취임인사차 교육감들을 만나러 오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정을 확정했다. 인사말씀 중 누리과정에 관한 교육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이야기할 순 있겠지만 어떠한 협의 내용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에서 유치원 및 어린이집 재원 원아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이재정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교육재정 악화로 초·중·고 공교육이 무너져 이미 ‘교육대란’인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파탄이 났다”고 말했다.

김예진·권이선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