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이날 오전 10시 홍 지사와 윤승모(53)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차 공판기일을 연다. 이날 정식 공판이 진행됨에 따라 홍 지사는 재판 시작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부터 이틀간 재판을 열고 금품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한 의혹이 제기된 홍 지사 측 측근 모 대학 총장 엄모씨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실시한다.
재판부는 또 엄씨 등이 윤 전 부사장과 통화한 녹음파일에 대한 본인 확인을 위해 비공개 검증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날 열리는 공판을 시작으로 한장섭 전 부사장 등 경남기업 관계자, 홍 지사 측 선거캠프 관계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차례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이 사건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신청해 채택된 증인만 21명에 달한다.
앞서 6차례 진행된 이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증인신문 순서, 녹음파일 증거능력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증인신문 순서에 대해 "엄씨 등은 단순 회유가 아니라 홍 지사 측 보좌관이 금품 수수를 한 것처럼 해달라는 구체적 회유를 했다"며 "이들이 홍 지사 측 최측근과 수차례 통화한 내역이 확인되고 있는데 누구와 어떤 논의를 하고 왜 회유를 했는지 최우선으로 신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은 "시간적·논리적 쟁점 순서대로 증인신문을 해야 한다"며 "수사기록을 뒤에서부터 보자는 것인데 탑을 쌓듯 아랫돌부터 채워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비정상적인 증인신문으로 오히려 재판이 파행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도 공방을 벌였다. 검찰 측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해당 녹음파일 청취를 요청했지만, 변호인은 증거능력이 별도로 입증돼야 증인신문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4월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해 왔다. 당시 사망한 성 전 회장의 주머니에선 홍 지사를 비롯해 이완구(66) 전 국무총리 등 박근혜 정권 핵심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된 메모지가 발견됐다.
검찰은 당초 리스트에 거론된 새누리당내 친박 핵심 인사 등 8인 중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만 기소했다.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는 등 나머지 리스트 등장인물은 사법처리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라는 오명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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