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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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KF-X 사업 순항할까…기술·예산·국민지지 관건

18조원 규모 초대형 국책사업…美 기술이전 등 곳곳에 암초
방위사업청이 21일 한국형 전투기(KF-X) 체계개발사업 착수회의를 열고 10년 6개월에 걸친 긴 항해의 닻을 올렸지만 만만치 않은 암초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무엇보다 18조원의 초대형 국책사업이 좌초하지 않도록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이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F-X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KF-X 체계개발을 위한 핵심기술을 제때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해 KF-X 사업이 좌초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진 것도 미국 정부가 AESA(다기능위상배열) 체계통합기술을 포함한 4개 핵심기술을 이전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서 비롯됐다.

방사청은 이들 4개 핵심기술을 국내 개발하되 필요할 경우 제3국의 도움을 받기로 했으며 미국으로부터 다른 21개 기술을 이전받고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방사청은 이들 21개 기술을 세분화하고 항목별로 구체적인 이전 일정을 잡아 최근 미국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양측은 앞으로 2∼3년 동안 밀고당기기 식의 지난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이 협상이 제대로 안 풀리면 KF-X 체계개발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방산기술전략·협의체(DTSCG)'를 구성해 KF-X 기술 이전 문제도 논의하기로 했지만, 미국의 엄격한 기술 통제 방침을 고려할 때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지난해 이전을 거부한 4개 핵심기술의 국내 개발이 원만하게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4개 핵심기술 가운데 AESA 레이더 체계통합기술 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맡았고 IRST(적외선 탐색 추적장비) 체계통합기술을 포함한 나머지 3개 기술 개발은 국내 방산업체가 진행 중이다.

AESA 레이더 체계통합기술의 국내 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자 ADD는 작년 11월 초 대전 본소에 언론 매체를 초청해 AESA 레이더 기술 개발 현장을 공개하는 고육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KF-X 핵심기술의 국내 개발 논리를 세운 정홍용 ADD 소장이 방위사업 비리 혐의를 받아 이달 초 자진해서 사퇴하자 KF-X 기술 개발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KF-X 사업이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예산을 제대로 지원받는 것도 필수적이다.

방사청은 당초 올해 KF-X 사업 예산으로 1천618억원을 요청했으나 정부 협의 과정에서 670억원으로 대폭 삭감됐고 이는 그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때문에 KF-X 사업의 '기술 리스크'에 이어 '예산 리스크'까지 불거졌다. 작년 11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사회에서는 KF-X 사업의 투자금을 회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술과 예산이 원만히 확보될 경우 방사청과 KAI는 계획대로 올해 3월부터 2019년 9월까지 KF-X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완료하고 2018년 7월 시제기 6대 제작에 착수해 2022년 7월에는 1호 시제기의 초도비행을 하게 된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술이나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군 이래 최대 방위력 증강사업으로 불리는 KF-X 사업에 대한 국민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KF-X 사업이 또다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할 경우 정치권에서 비판론이 불거지고 사업 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국방부가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외부 전문가를 아우르는 KF-X 사업 평가위원회를 설치하고 방사청이 실무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이 같은 고려를 반영한 결과다. 국회 국방위원회에는 작년 12월 리스크관리소위원회가 구성됐다.

방사청은 이날 "KAI를 비롯한 200여개 국내 업체와 10여개 정부 출연 연구소, 15개 국내 대학교 등이 KF-X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며 '전국민적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