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청년 실업자는 36만명으로 전체 실업 인구의 38에 이르고, 청년 실업률은 8.7로 전체 실업률의 2.5배에 달한다. 이렇게 취업이 어렵다 보니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도 늘어난다. 이에 세계일보와 한국창업전략연구소(소장 이경희)는 유망 창업분야를 소개하고자 한다.
2000년대 후반 시작된 중대형 커피점 창업 열기가 2013년부터는 33㎡(10평대) 규모의 중소형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다시 ‘빽다방’ 등장 후 1000원대 브랜드로 대체돼 ‘커피식스’ 등 다양한 저가 커피숍이 쏟아졌다. 저가 경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대형 커피점들이다. 올해도 창업자들의 ‘커피홀릭’ 현상은 여전할 걸로 보인다. 창업시장도 고급 커피, 브랜드 커피, 저가 커피전문점 간 3파전이 예상된다.
◆‘착한 가격’ 통닭 대세
치킨은 창업시장에서 늘 히트 아이템이다. 성장률 자체는 둔화됐지만 국민 1인당 소비량은 계속 늘고 있어서다. 더구나 커피점 등 다른 업종에 비해 투자비가 적게 드는 데다 풍부하고 안정적인 수요를 갖고 있다. 2014년에 닭강정이 인기였다면 2015년에는 통닭이 열풍을 주도했다. 덕분에 통닭 1마리를 8900원에 선보인 ‘또봉이통닭’은 500호점을 넘겼다. 또봉이통닭처럼 ‘착한 가격’을 내세운 브랜드가 올해도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또봉이통닭의 최종성 대표가 해바라기유에 바싹 튀긴 대표 메뉴인 ‘옛날통닭’을 선보이고 있다. 또봉이통닭 제공 |
작년 5월 가맹사업을 시작한 ‘쥬씨’는 브랜드 출범 후 가게 앞에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 가격에 팔면 남는 게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즐겁게 기다렸다고 한다. 일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창업자를 찾기 위해 혈안인데, 쥬씨는 빽다방과 함께 대기표를 받고 상담을 해야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 증가, 커피전문점 대체 아이템에 대한 예비 창업자의 선호 현상으로 올해 주스가 핫 키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내 맘대로’ 양껏 먹는 한식 뷔페
2016년은 ‘한식 뷔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급속히 성장할 전망이다. CJ푸드빌 등 대기업까지 앞다퉈 달려들어 정부 규제가 없었더라면 대한민국 전역이 ‘한식 뷔페 공화국’이 됐을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풀잎채’다. 중소기업이 운영, 정부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은퇴자의 펀드 조성을 통한 직영점 출점이라는 독특한 방식도 관심을 끌고 있다. 초밥 뷔페, 떡볶이 뷔페 등으로 다양화게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맛있는족발’의 최종완 대표가 한약재로 푹 삶아 노릇노릇 먹음직스러운 족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가장맛있는족발 제공 |
돼지족발은 ‘국민식품’이라 할 만하다. 퇴근길 술자리 안주나 가족 야식, 나들이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최근에는 여성의 피부미용에 좋은 콜라겐이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더 높아졌다. 모유 분비를 촉진해 임산부와 수유부에게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족발 전문점은 유행을 타지 않는 아이템이다.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는 ‘가장맛있는족발’이다. 3대째 이어오면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점포별로 월 평균 1000만∼2000만원의 수익을 낸다고 한다.
지난해 수제 햄버거 전문점 ‘맘스터치’에 관심을 가졌던 창업자는 상담받기 위해 대기해야 했다. ‘쉑쉑버거’라 불리는 미국 쉐이크쉑의 국내 성공 소식, 커피점과 빵가게 과열 등에 불안함을 느낀 창업자들이 수제 버거로 눈을 돌린 덕분이다. 최근 1~2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장 많은 전문점이 등징하는 업종 중 하나가 버거다. 점점 바빠지는 현대인의 간편한 식사에 대한 선호와 싱글족의 증가 등으로 올해도 수제 버거점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파괴 고깃집
“4인분 시키면 4인분 더 드립니다.” 2014년과 2015년 창업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광고문구다. 장사가 안 되던 음식점도 이런 포스터를 내걸면 단숨에 매출이 몇배로 오르곤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처럼 가격파괴를 앞세운 고깃집들의 인기는 이전만큼 높지 않았다. 경쟁자가 늘어난 데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 업종 일각의 품질 저하도 빚어지면서 고객의 외면을 샀다. 올해는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을 내세우는 고깃집을 주목해볼 만하다.
풀잎채 |
친근한 집밥은 한식 창업의 1호 아이템이다. 주부들의 요리 기피로 가정에서 맛있는 한식을 먹을 기회가 점점 줄어 집밖에서 이를 찾는 이들이 많다. 한식 뷔페의 인기도 이 때문이다. 모던 한식점들은 젊은층 눈높이에 맞춰 인테리어는 카페처럼 꾸미고, 메뉴 가짓수를 줄인 데다 취향까지 가미해 요리를 살짝 퓨전화한 게 특징이다. 지난해 서울 이태원과 경리단길, 홍대 등 인기 상권에서 모던 한식당을 운영하는 요리사들은 세련된 매력으로 젊은층을 사로잡았다.
◆양식 캐주얼 레스토랑
커피점 사업성에 의심을 가진 창업자 중 일부는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눈을 돌렸다. 이 시장을 이끈 두가지 아이템은 피자와 스테이크이다. 3년쯤 전부터 ‘서가앤쿡’이라는 브랜드가 돼지목살 스테이크를 메뉴로 인기를 끌더니, 작년에는 스테이크와 함박을 중심으로 한 양식 캐주얼 레스토랑이 인기였다. 화덕피자와 도우가 얇은 피자, 치즈를 듬뿍 넣은 시카고 피자가 인기를 모았다. 올해도 창업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디저트카페
커피가 포화상태라는 말이 나오던 2013년부터 디저트 시장이 조금씩 성장해왔다. 2014년 인절미 빙수를 내세운 ‘설빙’의 폭발적인 성장은 ‘디저트전문점’ 창업에 불을 붙였다. 2015년에도 대만식 빙수 ‘호미빙’을 비롯해 착한 가격 마카롱인 ‘마리웨일마카롱’ 등 디저트를 강조한 다양한 브랜드들이 등장했다. 커피전문점인 투썸플레이스는 커피보다는 ‘디저트카페’라는 명칭으로 자신의 업태를 정의했다. 올해는 커피전문점, 디저트 카페, 브런치 카페의 경계가 모호한 업종들이 많이 창업될 전망이다.
바른 먹거리를 내세운 김밥집은 2013년부터 늘기 시작해 2014년에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2013년이 ‘고봉민김밥인’의 시대였다면, 2014년 ‘바푸리’과 ‘바르다김선생’이 가세했고, 2015년은 바르다김선생이 시장을 선도했다. 올해도 원조김밥 브랜드인 ‘대학로김가네’와 함께 주도하고 있다. 김밥 전문점 창업은 계속될 전망이지만, 이미 중요 상권에는 어느 정도 출점해 있는 만큼 전처럼 활발할 것 같지는 않다.
◆차세대 맥주 크래프트 비어
2013년, 2014년을 뜨겁게 달궜던 스몰비어가 크림생맥주를 대세로 만들었다면, 이를 이어받을 창업 키워드는 크래프트 비어다. 크래프트 비어는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난리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덕분에 소규모 양조장이 이슈가 되고 있다. 고객의 취향 다양화, 획일성에 대한 거부와 수제품 선호도 증가로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