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어릴 적 올림푸스 카메라 팬… 입사로 이어져"

오카다 한국대표이사 인터뷰
예쁘면서 고성능인 카메라로 유명한 올림푸스와 ‘암’은 언뜻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올림푸스 첫 제품이 광학현미경(1919년)이며, 위암으로 죽어가는 환자를 안타까워하는 도쿄대 의사 요청에 올림푸스가 내놓은 제품이 첫 상용 위 카메라(1950년)라는 걸 알게 되면 달라진다. 전체 매출의 80%를 의료분야에서 올리고 있고, 세계 내시경 시장의 70%가 올림푸스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내시경 혜택을 입었음은 두말할 필요 없다.

올림푸스한국 오카다 나오키 사장이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타워 회의실에서 최신 내시경을 통한 암 진단·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4년간의 중국 법인 근무를 마치고 지난해 5월 올림푸스한국 대표이사로 부임한 오카다 나오키 사장이 직원 의견을 모아 만든 새 비전에서 “올림푸스의 가장 큰 장점은 최고의 광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의료기술”이란 점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 타워에서 만난 오카다 사장은 “초기 필름 촬영형에서 실시간 모니터형으로 내시경이 진화하면서 ‘발견한 암을 떼고 싶다’는 의료진의 추가 요구로 내시경과 결합해 암 조직을 떼낼 수 있는 ‘처치구’가 개발됐다”며 “올림푸스는 광학업체이긴 하나 암을 확실하고 안전하게 치료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기여해 왔다”고 말했다.

1984년 입사 때부터 줄곧 내시경을 다뤄온 오카다 사장은 “입사 당시만 해도 내시경은 보는 기능이 전부였고 그조차 시술의사 1인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3D 입체화면을 보며 여러 의료진의 협진도 가능해졌다”며 특히 고령화시대에 올림푸스와 내시경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 내시경은 동네 의원도 구비한 실정이지만 고령층 등 노약자를 위한 보다 섬세한 진단·처치가 가능한 3D복강경 등은 더 많이 보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 중국 모두 암 다발국인데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입이나 항문을 통할 수 없는 경우 사용해야 하는 복강내시경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푸스는 이를 위해 현재 송도에 363억원을 들여 의료 트레이닝 센터를 건립 중이다. 복강 내시경을 다룰 의료진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다. “복강경 수술에선 의사의 기술 숙련도가 더 중요합니다. 기존 개복수술 영역이 복강경 수술로 변하고 있는데 여기에 필요한 의료진 훈련을 지원하는 역할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조만간 선보일 차세대 제품은 올림푸스와 소니의 합작으로 만들어지는 복강경이다. 오카다 사장은 “내시경을 만드는 오랜 올림푸스의 경험과 화상 재생분야에서 뛰어난 소니의 장점을 결합하기 위해 2013년 ‘SOMED’를 합작 설립했는데 두 기술을 통합한 제품이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내시경만 편애할 듯하나 오카다 대표에게도 올림푸스 카메라는 각별하다. 그는 “부친이 초등학교 때 사주신 올림푸스 PEN 카메라 팬이 된 것이 올림푸스 입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대에 카메라 수요 감소는 모든 업체가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오카다 대표도 “(카메라사업부에서) 엄청 고생한다. 힘들긴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올림푸스는 항상 디자인이나 성능이 ‘유니크’한 제품을 만들어왔고 그런 DNA가 지금 디지털시대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며 “카메라를 통해 쌓아온 광학 노하우는 잃을 수 없는 만큼 팬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