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여세를 몰아 4월 총선에서 싹쓸이를 노린다. 반면 '낙동강벨트'에서 다시 한 번 돌풍을 일으키려던 야당은 조 의원의 탈당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고,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라는 새로운 변수도 생겼다.
◇ "'조경태 효과' 글쎄요"
조 의원의 새누리당 입당에 부산지역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조 의원의 지역구인 장림시장에서 인삼가게를 운영하는 박종하(64)씨는 "조 의원이 당을 배신하고 나왔다는 사람들 말을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다. 조 의원이 4선을 하면서 새누리당까지 하면 지역에 더 잘하겠네 하는 생각있다"며 반겼다.
일부 상인은 "오죽하면 탈당까지 하겠느냐"며 조 의원을 두둔했다.
반면, 이곳에서 횟집을 하는 최주호(39)씨는 "야당의원이라서 이제껏 지지를 했는데 이게 뭐냐. 그동안 자신을 지지한 사람을 저버리는 행동아니냐. 조 의원이 3선의 무게감 만큼 일을 하지도 않았다. 이번에 댓가를 치를 것이다"며 지지 철회 의사를 밝혔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3선 야당 의원이 가치를 달리하는 정당으로 간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그동안 지역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도 못하고 선거꾼에 불과한 조 의원의 이번 결정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고 혹평했다.
경성대 안철현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조 의원은 안전한 길을 선택한 셈이기 때문에 그의 결정이 부산의 정치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의원을 영입한 부산지역 여당 의원들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박민식 새누리 부산시당위원장은 "원칙적으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조 의원의 입당은 긍정적"이라고 말했지만 시당 차원의 환영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부산의 또 다른 여당 의원은 "의원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조 의원의 지역구인 사하을 당협위원회의 입장이 있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평을 거부하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 한 여당 의원에게서 지역 국회의원의 냉랭한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낙동강벨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를 포함해 경남 양산, 부산 사상구, 북·서구, 사하구를 일컫는다. 야당은 17∼18대 조경태·김맹곤·최철국 의원을 배출했다. 19대 총선 때는 문재인·조경태·민홍철 의원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낙동강벨트의 다른 지역에서도 근소한 표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야당은 절치부심하고 20대 총선을 기다려 왔다.
하지만 조 의원은 여당으로 향했고, 문 대표는 사상구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력'이 약화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여당에서는 인근 사하갑에 허남식 전 시장이 여당 경선에 뛰어든다.
더민주로서는 비상이 걸릴 법 한데 겉으로는 차분해 보인다.
김영춘 더민주 부산시당 위원장은 "조 의원은 '투명인간'과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탈당에 따른 피해나 타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서 6석을 차지하겠다"며 큰소리도 쳤다.
하지만 지역 민심은 만만치 않다.
사상구의 한 돼지국밥집에서 일하는 김선희(44·여)씨는 "문재인 대표가 그동안 지역구에 관심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지역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에게서 돌아선 것같다"고 냉소적 반응을 나타냈다.
강서구에서 화훼업을 하는 임준서(41)씨는 "부산에서는 진보 정치인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최근 야당이 하는 일을 보면 그간의 지지를 후회하고 있다. 이제 어느 야당을 찍어야할 몰라 요즘은 차라리 새누리당을 찍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 안철수 고향 부산서 보는 국민의당은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도 26일 부산시당 창당대회를 하며 부산공략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한다. 국민의당 부산시당에는 안 의원의 측근이 대거 합류했다.
김종현 동아대 교수와 김현옥 ABC성형외과 원장, 지방의원 등 100여명이 20일 열린 창당 발기인대회에 참석했다.
차진구 전 부산경실련 사무처장, 권영대 전 부산시의원 등도 합류했다.
국민의당은 부산의 모든 지역구에서 후보를 내지는 않겠지만 당의 정체성과 맞는 후보를 몇몇 곳에 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부산 민심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사상구 괘법동에 사는 김주현(37)씨는 "국민의당은 최근 구세대 정치인을 많이 영입했다. 안 의원이 말한 새 정치와 얼마나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행보를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 다만 더민주 외에 하나의 선택이 더 생겼다는 점은 좋다."고 말했다.
동구 초량동에 사는 양대호(45)씨는 "여전히 새 정치을 기대하는 이들이 국민의당을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당이 우리 정치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미진(45·여)씨는 "개인적으로 안 의원을 지지를 하려고 해도 내건 정책이 명확치 않아 지지를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혁신은 말로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것 같다."고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 없다"
부산 출마를 노리는 인사들을 보면 여야 구분없이 새로운 인물을 찾기 힘들다.
25일 출마를 선언할 허남식(66) 전 부산시장은 3선 시장을 역임했다. 해운대 출마를 노리는 설동근(67) 동명대 총장은 교육감을 지냈으며, 배덕광(67) 의원은 3선 해운대구청장을 지내고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했다.
안경률(67) 전 의원은 여당 사무총장까지 했으며, 김만복(69) 예비후보는 국정원장을 역임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부산출마를 접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4선에 도전하는 부산지역 국회의원이 3명에 달한다. 3선 도전자는 5명이다.
예비후보 가운데 8명은 전직 국회의원들로 지난 19대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가 이번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야권 예비후보 역시 대다수가 '단골'이다.
다들 경험을 앞세우고 있지만 시민이 느끼는 피로감도 기대만큼이나 높다.
사상구 주례에 사는 조판석(47)씨는 "총선에 나서겠다는 후보를 보면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젊고 참신한 인물이 선거에 나와 지역 발전을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김건우(35)씨는 "참신한 인물이 없다. 그나마 영입한 인사도 세를 불리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이대로라면 여야 모두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하락할 것이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신지홍(38)씨는 "안철수 신당에는 새로운 인물을 기대했는데 최근에 보니 마찬가지더라. 기대반 우려반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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