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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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공군 조종사도 비행을 못하는 날이 있다"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비행에 나서기 전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첨단 항공기를 운영하는 만큼 복잡한 비행준비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항공기의 완벽한 정비 못지 않게 조종사의 기량과 컨디션이 중요하다.

전투기 조종사는 이륙 후 평균 1시간30분 정도 비행을 한다. 비행준비와 브리핑 등을 포함하면 한 번 비행하는 데 7~8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조종사들은 비행 전날 술을 마시지 않는다. 최소 8시간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부대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관리한다. 
비행훈련을 마친 KF-16 조종사들이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비행군의관에게 검진을 받으며, 감기약 같은 약물도 비행에 영향을 주는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군의관의 처방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비행시간이 다가오면 조종사들은 브리핑을 통해 서로의 컨디션을 점검한다. 편대장과 군의관은 조종사의 아침식사, 수면, 심리상태 등을 종합해 필요하면 비행 취소를 건의할 수 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유사시 비상출격을 위해 부대 내에서 거주한다. 비행 전 일정시간 동안 잠을 자야하므로 장시간의 외출도 제한된다.

따라서 공군은 부대 안에 조종사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조종사들은 부대에서 축구나 테니스, 골프 등을 즐기며 체력을 키운다. 특히 공군의 골프장은 조종사들의 체력단련 외에도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새들이 활주로에 서식하는 것을 막아준다. 전시에는 폭탄 등 물자와 지원요원들의 숙영지로 쓰인다.

최근에는 피로 해소를 위한 '헬스케어 캡슐'이 도입됐다.

지난달 11전투비행단 110전투비행대대에 2대가 설치돼 시범 운용에 들어간 헬스케어 캡슐은 성인 1명이 들어가 편안히 누워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기기다. 조종사의 신체 상태를 자동으로 파악해 가장 적합한 피로에서 회복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조종사가 헬스케어 캡슐에 들어가면 센서가 뇌파, 맥박, 체온, 근육 피로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적절한 양의 산소와 음이온을 공급한다.

조명과 디스플레이 장치로 조종사가 편안한 잠을 자기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며 피로 유형에 따른 워터 제트(water jet) 마사지와 시청각 완화기로 편안한 수면 환경을 제공한다.

조종사의 생체 정보는 캡슐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맞춤형 피로 해소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의무대 소속 군의관이 조종사의 생체 정보를 분석해 피로 관리 처방을 원격으로 해줄 수 있는 시스템도 탑재됐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