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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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국회의장, 서로가 불편한 이유

새누리당과 정의화 국회의장 간 감정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입법부 수장에 선출되기 직전까지 소속된 정당으로 ‘친정’과 같은 곳이지만, 그를 옥죄는 쪽은 야당이 아닌 여당이다. 최근 친정에서 정 의장의 소속을 묻는 발언부터 당적 이적 의혹을 제기하는 등 양측의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의장의 야당행(行) 의혹이 제기됐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면서 “모 신문에 국회의장께서 국민의당에서 요청이 오면 그럴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고 나왔는데 오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부대표는 정 의장과 가까운 박형준 국회사무총장에 대해서도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간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이 얘기에 대해 답을 달라고 얘기했다. 3일이 지난 지금도 박형준 사무총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압박했다. “가면 바로 퇴직처리를 하는 것이 국회의장의 도리”라는 주장이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 김무성 대표
이는 당에서 요청한 쟁점법안과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직권상정 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정 의장을 ‘배은’의 프레임으로 압박하기 위한 의도된 발언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이같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기자들을 만나 “내가 늘 어디 가서 강조하는 게 보은”이라며 “내가 잘 나서 국회의장이 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영입설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런 제안을 받은 적도 그런 일도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정 의장 영입설을 일단 부인했다. 문병호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 의장께서 국민의당에 오시면 대박이다. 우리는 환영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단 정 의장의 야당행은 양측의 부인으로 일단락됐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의장의 호남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 의장은 오랫동안 호남지역과 교류해 왔다. 의사시절에는 자신의 직원들과 호남에서 워크숍을 열 정도로 방문이 잦았다. 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2일 “정 의장이 호남을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일회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호남 의원들과도 친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광주 명예시민으로 지난해 10월에는 광주에서 개인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또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발언해 정부와 온도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정 의장의 이같은 행보가 차기 대권을 노린 ‘개인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차기 주자로서의 면모를 구축하기 위해 박근혜정부와 대립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하고 선진화법 개정 시도를 ‘편법’으로 규정하는 등 당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장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정 의장 측 한 관계자는 “선진화법 개정을 제대로 하자는 얘기인데 엉뚱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어떻게 여당만으로 국회를 운영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이어 선진화법 개정안 마련과 관련해선 “(정 의장의 기자회견은) 이렇게 하자고 안을 제시한 것이라기 보다는 (여야가) 더 머리를 맞대고 좋은 안을 만들자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선진화법 개정안은 (부결이라는) 편법으로 생긴 것”이라며 “쟁점법안들을 직권상정하기 위한 카드로 쓰는 나쁜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 처리 시점에 대해서는 “쟁점법안이 되고 나면 별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