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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자택에서 만난 김씨는 “이제 아무렇지 않다”고 거듭 손을 휘저으면서도 학교에 대한 섭섭함을 끝내 감추지 못했다.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보도(작년 12월)가 나간 뒤에도 연락 한 통 안 하더라고요. 내가 한성대 총무처에 두 번 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담당자랑 통화도 못했고 다시 전화를 걸어 오지도 않았어요. 내가 속이 너무 좁은 건가요?”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공원에서 ‘기부왕 경비원’ 김방락씨가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김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학생들이 찾아와 ‘감동 받았다’며 음료를 건네주고 학교 측도 감사패를 주고 그랬는데, 참 모든 게 금방 변하더라”며 긴 한숨을 뱉었다.
김씨의 경비원 생활 마지막은 특별할 게 없었다. 2015년이 저무는 마지막 날 오후 6시쯤 다음 근무자와 교대를 한 뒤 그간 사용한 이불, 전기밥솥 등 세간을 배낭에 차곡차곡 담았다. 1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한 김씨의 흔적은 30분이 안 돼 사라졌다.
10년간 박봉을 아껴 마련한 1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됐던 한성대 경비원 김방락(69)씨가 지난 12월 서울 성북구 한성대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하지만 구직에 대한 열정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해고 직후 성북구청, 성북노인복지관 등을 찾아 구직 신청을 했다. 최근에는 첫 월급의 10%를 중개수수료로 떼는 직업소개소도 찾았다. 그러나 김씨에게 돌아온 건 “연세도 있으신데 이 추운 날에 잘못되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지냐”는 힐난 섞인 반응 뿐이었다.
“그런 얘기 들으면 ‘나는 이제 여기까지인가, 내 욕심이 너무 큰가’ 하는 자책감에 빠지게 돼요. 제가 나이는 이래도 아직까지 건강한데, 다른 사람들 생각은 저랑 참 다르더라고요.”
김씨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퇴역 군인이다. 그의 집 거실에는 젊은 시절 군복을 빼입은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아래 장식장에는 기부 활동을 하면서 받은 표창과 상패가 가득했다. 하나하나 가리키며 설명하던 김씨의 목소리에는 흐뭇함이 가득했지만, 앞줄 한 감사패에 이르자 말이 끊겼다. 패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2014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김방락씨가 한성대로부터 받은 감사패. |
패에 새긴 ‘감사’가 전화 한 통 없는 ‘해고’로 변하는 데에는 1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패를 물끄러미 쳐다본 뒤 뒷줄로 옮겼다.
글•사진=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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