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올겨울 가장 공격적으로 FA 시장과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움직였다. 정우람에게 무려 4년 총액 84억원의 통 큰 베팅을 통해 뒷문을 안정시켰다. 정우람과의 계약 조건은 지난 겨울 불펜 투수 최고 몸값을 경신한 안지만(삼성)의 4년 65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여기에 지난해 대체 외국인선수로 KBO리그를 밟은 뒤 10경기 6승2패 4완투(3완봉)를 기록하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킨 에스밀 로저스를 역대 KBO리그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190만달러에 눌러 앉혔다.
로저스와의 계약 이후 외국인 선수 영입 소식이 잠잠하던 한화는 지난 22일 윌린 로사리오(사진)를 130만달러에 계약하며 다시 한 번 과감하게 투자했다. 2011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한 로사리오는 지난해까지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으로 빅리그를 누빈 선수다. 통산 447경기에서 323경기를 포수로 뛴 만큼 포수도 소화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에는 117경기 타율 0.270, 28홈런, 71타점을 올려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4위에 오르는 등 타격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다만 2015년에는 87경기, 타율 0.268, 6홈런 29타점으로 부진했다. 한화는 남은 외국인 선수 한 자리마저 수준급 투수로 채운다면 2008년 이후 9년 만의 ‘가을야구’ 입성은 물론 ‘대권’도 노려봄직하다.
내년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는 NC가 거론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파트너이던 삼성과 두산은 임창용의 퇴출과 윤성환-안지만의 거취 불투명,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등으로 전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반면 NC는 좌타 일색인 삼성에서 우타 중심으로 활약한 박석민을 FA 신기록인 4년 최대 96억원에 데려오며 타선을 크게 강화했다.
나성범-테임즈-박석민-이호준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동급 최강이다. 아울러 지난 2년간 팀 평균자책점 1위를 지킨 투수력까지 큰 손실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를 넘어 우승까지 가능한 전력으로 발돋움했다.
2000년대 후반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SK와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며 치열하게 경쟁한 사이다. 당시 2007~0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모두 김성근 감독의 SK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제는 반대로 김경문 감독의 NC에 김성근 감독의 한화가 도전하는 형국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두 명장이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두고 싸우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뚜껑은 열어봐야 알지만, 스토브리그에서 보여준 움직임만으론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