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절대로 찍으면 안 됩니다.” 지난 21일, 중국 충칭에 위치한 훙하이그룹의 폭스콘 공장. 훙하이그룹 관계자는 몇번이고 보안을 강조했다. 세계 최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폭스콘의 충칭공장은 여의도 크기만 한 면적에 근무 인력 2만4000명, 연매출 2조원에 달하는 대표적 생산기지다. 이곳이 한국 언론에 공개된 것은 처음으로, 노트북과 USB 반입이 엄격 금지될 만큼 보안이 철저했다. 이날 이곳에서 프린터 생산 공정을 지켜봤지만 어떤 회사의 제품인지조차도 극비에 부쳐질 정도였다.
이처럼 ‘깐깐한’ 폭스콘이 언론에 문을 연 것은 공장이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몇달 뒤면 이곳은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인 SK주식회사 C&C의 기술을 통해 ‘스마트 팩토리’로 탈바꿈한다. SK C&C는 5월까지 프린터 생산 라인 한 곳을 스마트 팩토리로 변화시키고, 이후 24개 모든 생산 라인을 바꿀 예정이다. 최근 제조업의 화두인 스마트팩토리는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설비의 지능적 제어, 생산량 예측과 리스크 예방이 가능한 공장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리스크를 예측하고 수요에 따라 자동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어 재고 관리가 용이하다.
|
SK주식회사 CC가 중국 충칭에서 스마트 팩토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폭스콘 프린터 생산공장 모습. 이 공장은 대만 훙하이 그룹 자회사인 폭스콘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프린터 생산 라인으로, 폭스콘 측은 지난 21일 한국 취재진에 공장 내부를 처음 공개했으나 사진 촬영은 허락하지 않았다. 폭스콘 제공 |
폭스콘이 SK C&C와 손을 잡은 것은 기존 생산방식만으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폭스콘은 최근 5년 새 인건비가 2배 수준으로 상승했으나 해외 이전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대 등으로 고심해왔다. 폭스콘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인력을 효율화시키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메인보드 관련 공정이 이뤄지는 공간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은 모두 방진모와 방진복을 착용했다. 그만큼 먼지나 정전기에 민감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근로자들도 마스크와 방진모, 방진복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향후 스마트팩토리 사업이 완성되면 데이터 분석만으로 메인 보드의 이상을 알 수 있어 사람이 직접 체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곳 근무 인력은 줄어들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곳은 조립 공간이다. 현재 작업자들이 한 가지 작업만 반복하는 방식이지만, 향후 조립·검사·포장 자동설비가 이뤄지면 한명이 여러 작업을 담당하는 ‘셀방식’으로 변경된다. 작업대에 부착된 IoT 센서를 통해 매일 수백만건의 데이터 수집도 가능하다. 김광수 스마트팩토리사업개발2팀 부장은 “기기가 고가인 만큼 가동률이 매우 중요했지만 기존에는 데이터가 있어도 활용을 못해 생산량 예측 등에 한계가 있었다”며 “향후 생산량이 30%가량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C&C의 기술 이식은 충칭에서 그치지 않는다. 충칭을 시작으로 인도와 베트남 등 글로벌 생산기지로 사업 확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 C&C는 “해외는 물론 국내 제조업의 스마트팩토리 시장을 공략해 국내 제조업 혁신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칭=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