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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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누리예산· 노동개혁 정면 돌파

시·도교육청에 직격탄/박 대통령 “누리 지원금 포함한 올 교부금 41조 이미 전액 지원… 예산 여력 있는데 버텨” 맹비난/ 노사정 대타협 파기도 강경 대응
“기득권 개혁 저항에 안 흔들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누리과정 예산 편성 논란과 노동개혁 문제에 대해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처음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17분간의 모두발언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청과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정치권·노동계를 싸잡아 ‘무책임한 인기영합적 세력, 개혁저항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매섭게 몰아붙였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4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국정 장악력을 높이고 개혁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작심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무조건 정부 탓을 하는 시도교육감들의 행동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받을 돈 다 받고, 써야 할 돈은 쓰지 않아”

박 대통령은 “누리과정은 2012년 도입 당시부터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지원해왔고, 지방교육청의 법적 의무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10월 누리과정 지원금을 포함한 2016년도 교육교부금 41조원을 각 시도교육청에 이미 전액 지원했다”고도 했다. “도입 당시 교육교부금으로 지원하기로 약속됐던 것이고, 정부는 충분히 지원한 만큼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받을 돈은 다 받고, 정작 써야 할 돈은 쓰지 않았다”는 지적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잘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각 시도교육청이 예산 편성을 거부한 데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각 교육청 재정운영 상황을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성 나선 유치원 원장들 유치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전액삭감으로 보육대란이 시작된 광주지역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25일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시교육청을 찾아 누리과정 예산 책정을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법적 근거도 없는 교육감 공약 사업에 대해선 과다하게 예산을 편성하고, 정작 필요한 곳에는 쓰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7개 (예산 미편성) 교육청은 과다하게 편성한 인건비만도 1500억원에 이르고, 매년 교육청이 쓰지 않고 남기는 인건비만도 5000억원에 달한다”며 “일부는 아예 교육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학교 신설 예산까지 편성한 경우도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 지역에 대해 “어린이집뿐 아니라 유치원까지 볼모로 잡고 두 지역의 55만명에 달하는 아이와 부모들을 위해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정부 입장을 재확인하고, 원칙적 대응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일부라도 예산을 편성한 시도교육청을 선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은 타 교육청 등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을 것”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우리 아들딸의 장래를 외면하고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정치권과 노동계 일부 기득권 세력의 개혁저항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독자적인 노동개혁 추진에 대한 각오를 재확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한국노총이 정부의 일방적 개혁이라며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한 것은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노사정 대타협 이후 계속 대화를 요구해 왔지만 한국노총은 협의 자체를 거부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며 거리로 나서겠다고 한다”며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로부터 내려온 선동적인 방법은 결코 도움이 될 것이 없다”며 “불법 집회와 선동에 대해선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와 정치권을 또다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노동4법의 지지부지한 국회 논의에 한국노총의 합의 파기 선언까지 겹쳐 노동개혁이 좌초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