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정의화 의장 '총선 불출마' 배경은

‘정치야욕’ 의혹 확산 부담… 정의장 “당 저버리는 일 없을 것”
정의화 국회의장의 25일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은 여권의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직권상정 압박을 회피하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정 의장이 ‘의회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했으나, 자신을 둘러싼 거취 논란이 확산되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라는 관측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오후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 및 국회선진화법 중재 제안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정 의장, 총선 불출마… 직권상정 요구 압박 돌파구


정 의장은 이날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저는 제 거취에 대한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을 막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20년 동안 다섯 대 국회에 걸쳐 의정활동을 하며 많은 은혜를 입은 새누리당을 저버리는 일 역시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의 총선 불출마는 자신의 직권상정 반대가 정치적 야욕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는 진정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정 의장이 직권상정 요구를 반대하는 이유를 놓고 “대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 “20대 총선에서 호남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등의 의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동시에 여당이 정 의장에게 무리하게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데 대한 역공이기도 하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 의장이 선진화법 직권상정을 안 하는 데 대해 여당에서 정 의장이 정치적 흑심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니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여당의 선진화법은 개악”이라며 “선진화법은 절차법이다. 여당이 야당을 컨트롤해서 합의해 처리해야지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당초 여야가 협상을 진행 중인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법안 처리를 마무리 한 뒤 불출마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과 함께 총선 출마설이 돌았던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도 이날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 참여의 뜻이 없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이번 국면이 마무리되는 대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쪽으로 갈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선진화법 추가 중재안 제시… 여야 압박용 그칠 듯

정 의장은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선진화법 직권상정 요구를 다시 한번 거부하면서 추가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재안 역시 여야 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처리가 불가능해 여야 압박용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추가 중재안은 선진화법 안건 신속처리 제도에 따라 지정된 신속처리 안건의 심의시한을 현행 330일에서 75일로 단축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나흘 전 제안한 1차 중재안에서 신속처리 안건 지정 요건을 재적의원 60% 이상에서 과반 요구로 완화하자는 제안을 여야 모두 거부하자 기존 제안에 한 가지 방안을 더 추가한 것이다.

심의시한을 75일로 대폭 줄인 것은 원내 과반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이 오는 5월까지인 19대 국회 회기 내에 단독으로라도 쟁점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을 터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중재안은 여당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과반수 요구로 신속처리 대상을 지정해 75일 이내에 처리한다면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에 즉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신속처리 대상 안건은 국민안전에 대한 중대한 침해, 국가 재정·경제상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명백한 안건에 한해서만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