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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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천정배 통합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25일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안 의원과 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양측을 통합하기로 합의한다”고 밝혔다. 당명은 안 의원 측의 ‘국민의당’을 쓰기로 했다. 국민회의 측 신당 일정은 잠정 중단되고, 당초 안 의원 측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일인 내달 2일에 통합 신당이 출범한다.

이로써 4·13 총선을 앞둔 야권 세력은 크게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제외한 반(反)더민주 세력으로 양분됐다. 안 의원으로선 ‘선(先)독자세력화’ 방침을 꺾고 호남 세력과 연대한 것이고, 천 의원으로선 ‘호남 개혁진보 정당’ 목표를 수정한 것이다. 국민의당으로선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겪으며 설 연휴 전 지지율 반등 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G닷새 만에 전격 합의…국민의당 지지율 하락에 절박♣M

이날 통합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됐다. 지난 20일 안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처음 회동한 데 이어 전날 심야 회동을 했고, 이날 오전 닷새만에 최종 합의를 도출했다. 김 의원은 천 의원을 일주일에 두 번씩 찾아갈 정도로 ‘십고초려’하며 조율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영입 부진, 내부 갈등 등으로 주말 전 국민의당은 일주일째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18~22일)에서 새누리당은 39.2%, 더민주는 25.0%(전주 대비 2.5%포인트 상승), 국민의당은 17.1%(전주 대비 3.6%포인트 하락)로 나타났다. 호남에서도 더민주는 2.8%포인트 상승한 반면 국민의당은 4.5%포인트 하락했다. 내부에선 중앙당 창당(내달 2일)과 전국 민심이 뒤섞이는 설 연휴 전까지 이 같은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통합은 안 의원에게 가까스로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다.

천 의원으로선 의외의 이른 결단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더민주, 국민의당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몸값’을 높여왔다. 천 의원은 이날 “더민주는 패권주의 해체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박주선·천정배·정동영 호남 3자 연대’가 무너진 데 대해 박주선 의원 측은 불쾌함도 보였다.

◆♣G더욱 어렵게 된 화학적 결합… 개혁 버린 千♣M

천 의원은 이날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가진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인 ‘뉴 DJ’ 들을 공천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만들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호남 물갈이’를 공언해왔다는 점에서 호남 현역 의원들이 다수인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은 당초 창당 명분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또 ‘개혁진보’를 표방하며 진보 성향을 띠었던 그가 정략적 이유로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당과 통합한 것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이날 “지분 얘기는 서로 꺼내지 않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합의문에 적힌 ‘공천 규칙과 절차 마련’의 방법과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천 의원 측이 ‘지분’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안 의원 측 원년 멤버와 탈당파 간 갈등이 이미 표면화된 상황에서 당은 몸집을 키우는 반면 갈등의 불씨를 하나 더 안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기조회의에서 “가장 먼저 창당을 선언하고 (새정치연합을) 탈당했으며 제3당을 설계한 사람에게 가장 큰 책임이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대표직을 안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는 통합 과정에서 천 의원에게 대표직을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향후 양측 간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주선 의원, 박지원 의원 측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 야권 외곽 세력과의 통합도 변수다. 구민주계, 동교동계 등의 합류 여부도 관심사다. 국민의당이 교섭단체가 되기 위해선 아직 4명의 현역 의원이 더 필요하다. 현재 무소속 의원은 박지원, 최재천, 박주선 의원 3명이다. 박지원 의원과 최 의원은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선언했고, 다른 더민주 의원의 탈당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G홍주형 기자 jhh@segye.com♣M